보름달 뜬 누각 위에서 괴테와 함께
배우는 것은 모든 정신을 가다듬어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만일 도덕을 닦는데 뜻을 공과 명예에 둔다면 실제로 덕을 실천하려는 마음이 없어진다.
독서의 흥취를 음영(吟詠)이나 풍아(風雅)에 둔다면 단연코 마음이 깊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책을 읽는 법을 배우는 데 얼마만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를 모르고 있다. 나는 이것을 위해 80년을 소비했다. 그리고 지금도 아직 그 목적에 도달했다고 할 수 없다.”
괴테가 만년에 한 말이다.
괴테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책을 읽고 배우는 데는 평생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책은 인간이 만든 발명품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이다. 그래서 ‘책 속에 길이 있다’거나 ‘책을 펼치기만 해도 유익하다’는 말도 있는 것일 게다.
또한, ‘법은 사멸한다. 그러나 책은 불멸한다. 가난한 자는 책으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책으로 귀해진다’고 하고 ‘정신에 원기를 주는 데는 책 읽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도 있다.
한 독자가 톨스토이에게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좋은 사람을 만나든가 아니면 좋은 책을 만나라고 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책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에서 책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참담한 환경 속에서도 책을 항상 들고 있었다.”
빌 게이츠 역시 이렇게 말했다.
“책이야말로 오늘의 나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책 속에서 나는 많은 영감을 얻었고 위대한 정신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은 언제나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다.”
나도 죽음에서 살아나 생명과도 같은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마음의 수수밭』이란 시집을 냈다. 모든 정신을 가다듬어 시에 집중했을 때, 가난한 나는 시집으로 부자가 되었고 그 시집이 내 존재의 이유가 되었다.
책을 멀리 하고서 도덕을 실천한 사람은 거의 없고, 책을 멀리 하고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없다.
청나라 사람 장조(張調)가 쓴 『유몽영(幽夢影)』이라는 책에 이런 시가 나온다.
“젊은 시절의 독서는 틈 사이로
달을 엿보는 것과 같고
중년의 독서는 뜰 가운데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노년의 독서는 누각 위에서
달구경하는 것과 같다.”
노년 독서의 깊고 넓은 시야를 예찬한 글이다. 젊은 시절엔 같은 책을 읽어도 구름 틈 사이로 얼비치는 달을, 달만 간신히 보게 된다. 중년엔 환하고 여유롭게 그 빛을 즐기기는 하지만 울 밖의 달 풍경은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노년엔 높다간 누각에서 달빛이 천길 강에 비치고 저 뜰 너머 대지에 골고루 비치는 광경까지 한눈에 볼 수 있으니 그 독서, 얼마나 풍요로운가.
나는 앞으로도 누각 위에서 아름다운 달구경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어 늙어갈 생각이다.
-천양희 시인의 채근담 『간절함 앞에서는 언제나 무릎을 꿇게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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