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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구 선생의 수필강의 / 한계주 옮김

칠부능선 2011. 7. 29. 20:03

 

매원 박연구 선생의 수필강의 / 한계주 옮김

 


* 매원 박연구선생께서 수업시간에 하신 말씀을 여기 발췌해 보았습니다. 평생을 수필로 살다가신 선생의 ‘수필관’입니다. 선생을 기리고, 다시 음미하는 의미에서... 수필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서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수필의 3요건

어렵게 쓰되 쉽게 읽여져야

의미화하되 의도적인 인상이 아니어야

주입하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감동을 주어야

 

'문학수필'이란 말은 잘못

수필은 그 사람이 아니면 못 쓰는 글, 수필은 장작이며 문학이다.

현대수필문학대상을 수상한 박규환 선생이 피천득 선생을 만난 자리에서

박규환 선생은

"수필이 뭔지 모르고 썼다" 하셨다. 그 말을 들은 박연구 선생은

"모르고 썼으니 그만큼 쓴 것이 아닌가" 하셨다.

문학을 의식 말고, 잘 쓰려고 하지말고, 과시하려 말고, 욕

심을 가지고 보면 돌이 보이지 않고, 무욕으로 보는 자는 수석을 줍는다.

 

소설은 문장도 좋아야 하지만 스토리 전개가 보다 중요하다.

수필은 잘된 작문보다는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글이어야,

수필은 경지의 문학이기에 섣수른 생각은 감동을 주지 뫃한다.

체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관념적인 수필은 설득력이 적다.

수필은 모범 인생의 모범 답안지가 아니다.

전체를 파괴하지 않는 의외성이 있어야. 문각에서는 조신한 것보다는 생활의 틀에서의 탈출,

수필이 나의 고백이기는 하지만 내가 말해서는 설득력이 없다.(거기 나오는 작중인물로 하여금 말하게 해야)

독자로 하려금 작자의 의도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필이다.

주제가 글 속에 안 보이고 행간에 깔려 있는 경우,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수액이 흐르듯 주제가 보이면 된다.

시제時制

현장감이 있는 것이 좋다.

과거 이야기도 반드시 있었다가 아니고 처음은 있었다. 다음은 있다.

쓰는 시점으로 보면 모두가 과거다.

표현은 정확하게, 거기 알맞는 말은 단 하나 낱말이 적소에 쓰여져야(놓은자리에 놓아야)

바둑알도 놓는 자리에 따라 급수가 달라진다.

글 쓰는 흐름이 잘 짜여져야 독자가 잘 읽는다.

좋은 글은 독자가 빨려 들어간다.

남의 글은 인용할 때는 베옷에 명주천을 갖다붙이는 愚는 범하지 말아야.

글의 볼륨을 높이지 말라. 좋은 의사는 단위가 낮은 항생제를 쓴다.

멋있는 수필보다 정직한 수필, 문학성이 약해도 글이 부족해도 좋다.

손끝으로 쓰는 재주 있는 글보다 다소 부족해도 영혼으로 쓰는 글이 감동적

수필에서의 테크닉 문제 - 테크닉이 필요하지만 浮上되지 말아야

작위적인 느낌이 없어야, 무기교의 기교가 필요하다.

기량은 백 프로보다는 다소 부족하게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필은 쓰는 이는 잡초를 화초로 바꾸는 애정의 눈이 필요하다.

수필은 소설과 달리 작가의 테크닉이 드러나면 좋지 않다.

사실이라도 그 사실을 다 말하면 독자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그 진실을 희석시켜는 것이 좋다.

갖고 있는 만큼 쓰라.

100 프로 다 표현하려 들지 말고 70`80 프로 정도로, 척하지 말라.

담담한 것이 좋다. 맛이 없는 것같지만 맛이 있어야.

범위를 너무 넓게 잡으면 주제가 흐려지기 쉽다.

주제는 이것이다 하고 보여주는 글보다 나무의 수액처럼 감지하게 하는 글.

홍운탁월법烘雲托月法  - 달무리를 곁들여 달을 그리는 수법

달을 그릴 때는 달 주변의 구름, 노을을 그려야 달이 뚜렷하게 부각된다.

스리 쿳션 - C를 치기 위해 B를 쳐서 C를 맞추게 하는 수법.

수필의 눈 높이 - 내가 갖고 있는 경륜 이상의 글은 쓸 수가 없다.

"남편은 인격자지만 나는 알다시피 자유분방한 여자가 아니냐"

어는 시인의 말, 남편에게 탓을 돌리지 않고 얼마나 멋있는 글인가.

김소운의 '특급품'에서 전쟁 때 失節했음을 말하며,

'가야 나무로 만든 바둑판은 흠집이 약간 있는 것이 특급품"

글을 너무 야무지게 쓰면 흥미가 줄어든다.

수필은 무종결의 문학 (독자의 몫을 남긴다). 너무 야무지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좋다.

구성을 지나치게 치밀하게 하지 말 것, 밀식하지 말라, 너무 빽빽하면 독자에게 부담을 준다.

그림은 그린 것 만이 그림이 아니다. '여백'도 그림이다.

훌륭한 배우는 관객을 키운다. (상상의 여지를 준다)

'버리는 기술'(움켜주지 말고) 드러내지 말고, 설명하지 말아야 심금을 울린다.

자가가 미리 '사랑한다' '슬프다' 하고 호들갑을 떨면 독자는 어리둥절하다.

수식은 번잡하게 할수록 거짓이 많다.

지적 과시는 금기. 백과사전적 지식 늘어놓지 말 것.

자랑은 요령껏, 지나친 자기 비하는 오만하다는 소리 듣는다.

강펀치를 먹이려다 빗나가면 때린 사람이 휘청거린다.

추**의 '먼 여행'에서

"상여 뒤를 천츤히 따라가던 차는 이윽고 상여를 앞질렀다"

상여는 앞지르지 않는다 하니 "옆길로 빠졌다" 등으로 하면 어떨까.

김** 교수의 윤오영 평가, 고인에 대해서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더 조심해야

윤오영의 '늦깍이'란 말은 실례, 윤오영의 글은 '간결' '평이' '정밀' '솔직'

간결 - 끝은 짧게 쓰되 뜻은 길게

평이 - 뜻은 깊고 말은 명료하게. 평범은 무미가 아니다.

정밀 - 구체적으로 씀으로써 실감나게

솔직 - 과장하지 말고 솔직하게, 단아하고 품위가 있어야. 글에 무드가 있어야.

수필은 자기 자신이 소재가 되는 만큼

얼마큼 보여주느냐가 수필쓰는 이의 공부, 그 분량은 이론만으론 어렵다.

쇠를 녹이는 과정은 이론보다는 경험으로 오는 '감'이다.

'요만큼'을 아는 것이 기량이다.

글 속에 작가의 모습이 보여야, 작가를 사랑하고 싶도록 자기 이름을 달고 쓰는 글은 자기를 잡히고 쓰는 글.

이태준은 '여름밤 이야기'에서

"시인에게 수필은 여기餘技이고 여사餘事 인지 모르나 한 인간으로는 본기本技요 진실인 것이다" 하였다.

수필은 필경은 인간 탐구, 긍지를 가져라.

수필은 곧 그 사람

혼이 깃든 글, 뼈가 있는 글, 감동의 향기가 있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