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이용휴 - 보내는 글

칠부능선 2008. 3. 28. 23:42

 

  300여 년 전 사람 이용휴는 최초의 전업작가다.

 

 사대부들의 수중에서 문학이 종속되어 있던 시기에 재야에 있는 선비로서 문단의 중추가 되어

 

 문풍(文風)을 주도하였다.

 

 그의 글은 발상이 기발하고 내용이 참신하다. 

 

 글자가 어렵거나 구법이 난해하지 않다.

 


      ‘아무 해 아무 달 아무 날에 정수 노인을 묻으려 하였다. 


    그때 일가인 내가 술잔을 들어서 그를 마지막으로 보내며 말했다.

 

    “공은 세상에 있을 때도 늘 세상을 싫어했지요. 이제 영영 가는 곳은 


    먹을 것 입을 것 마련하는 일도 없고, 혼사나 상사의 절차도 없고, 


    손님을 맞고 편지를 왕래하는 예법도 없고, 염량세태나 시비의 

 

    소리도 없는 곳일게요. 다만 맑은 바람과 환한 달빛,

 
    들꽃과 산새들만이 있을 뿐이겠지요. 공은 이제부터 영원히 한가롭겠구려.”

 

    내 심정을 이해하는 사람의 말이라고 공은 분명 고개를 끄덕이겠지요. 상향. '

 


  망자의 죽음을 슬퍼하는 제문의 성격으로는

 

 과도하게 짧으며 애도하는 말도 슬퍼하는 마음도 표현하지 않고,

 

 이력이나 행적 역시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300여 년 전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파격적인 글이 아닐 수 없다.

 

 이용휴, 이가환 부자의 글을 번역한 산문집‘나를 돌려다오'를 읽으며 글의 수명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가 말하는 인간다운 삶의 자세는 시대를 넘어 여전히 빛나고 있다. 
 

 


Iwai, Kei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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