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말과 글

칠부능선 2008. 3. 8. 00:41

 

수줍음 많은 시인이 그랬다.

자기는 어려서 아주 심한 말더듬이였다고..

원하는 것이 있을때 말을 하려면 더욱 더듬게 되고,

그래서 어느날 조용히 앉아 편지를 썼단다.

그랬더니 말로 할 때보다 즉각 반응이 왔다고 한다.

그에게는 말보다 편한 것이 글이었다.

한적한 시골길을 밝히는 가로등,

아무도 눈 여겨 봐주지 않는 가로등과 같은 존재.

그렇지만 꼭 있어야 하는 그 불빛과 같은 존재.

고독을 홀로 견디는 것이 업이라는 시인의 길.

여전히 말이 어눌한 그 시인.

 

 

말이 쉽고, 글이 어렵다고 생각할때가 많다.

나는 얼마나 쉽게 말하고 있는가,

글이 어렵다고 느끼는 건 무언가 포장을 해야하기 때문이 아닐까.

더 거르며 말하기.

좀 더 절실하게 쓰기.

 

 

 


photo by Thiago Cruz





Beth Orton - Blood Red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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