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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솥 / 박연희

준비된 늦깎이 수필가다. 일면식 없는 작가가 왠지 가깝게 느껴진다. 안동의 옛모습과 토속음식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동시대 사람이 아닌 듯, 먼먼 옛시간으로 이끌린다. 일찌기 '텅 빈 충만'을 익힌 듯한 마음을 따라 흐른다. 그럼에도 "세상에나~~ 이런 시절을 어찌 살아냈을까." 자꾸 탄식한다. 초저녁에 잡은 책을 단숨에 다 읽고야 자리에 들었다. 가독력이 좋다. 스며드는 진정성 때문이다. * 유월이 걸음을 멈췄다. 눈길을 잡은 것은 '유월이 집'이라는 글씨다. 길가에 세워진 허름한 봉고차 옆면에 적혀있다. 가던 길을 쉬 가지 못하고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대고 집의 내부를 살펴보았다. 커튼이 쳐져 있어 틈새로 들여다보니 읽다가 펼쳐놓은 책들이 보인다. 내가 늘 꿈꾸는 움직이는 집이다. ...... 더위가..

놀자, 책이랑 2021.12.04

구름카페문학상 - 사무실 시상식

12월 1일, 작년에는 50명으로 중정이 있는 카페에서 진행했는데.. 올해는 새빛 둥둥섬에 80명 예약했다가 취소되었다. 식사가 안 된다고 해서. 방역수칙을 어길수 없어 사무실에서 조촐하게 시상식을 했다. 이혜숙, 한기정 선생님~ 부군들께 상금을 전하는 건 참 흐믓한 모습이다. 특별한 시상식이 잘 지나갔다. 완벽하게 준비한 유회장은 센스에 열정 충만이다. 고맙고 고맙다. 이혜숙 작가의 뒷풀이로 몇몇이 수내 이자까야에서 만났는데... 4시 반에 시작 7시 반에 일어섰다. 하긴 아침 10시부터 세 탕을 뛰었으니 이제 방전 상태다. 그래도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 만나서 좋았다. 세러머니에 받은 장미를 하나씩 나누어주는 혜숙씨의 마음도 어여쁘고

나를 밟아주세요 / 노정숙

http://koreayouth.or.kr/bbs/board.php?bo_table=a4&wr_id=54 대전청소년 대전청소년 koreayouth.or.kr 나를 밟아주세요 노정숙 허술하던 내 몸이 단단해졌다.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사람들 덕이다.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요즘 들어 왜 그리 나를 좋아하는지.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말에 만보기를 차고 발걸음 숫자를 세는 사람도 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불어도 상관없이 내게로 향하는 사람들 때문에 몸살이 날 지경이다.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르지만 사람의 숨결을 가까이 느끼는 지금 행복하다. 내 오른쪽에는 청정하지는 않지만 물이 흐르고 왼쪽에는 잘 다듬어진 잔디와 벌개미취가 한창이다. 꽃도 없이 귀여운 애기땅빈대, 보일 듯 말 듯 수줍은 매듭풀이 잔잔한 ..

색채론 / 괴테

괴테의 색체론은 내가 생각했던 책이 아니다. 불현듯 떠난 『이탈리아 기행』에서 그의 행적을 따라다니며 그의 성향을 짐작했는데, 무슨 호기심으로 이 책을 잡았는지... 그럼에도 꾸역꾸역 읽어내리는 내 인내심에 스스로 쓰담쓰담~ 색의 분류를 생리색 - 물리색 - 화학색으로 하는 것부터 ... 이다. * 우울증 환자들은 종종 검은색 형상들을 실이나 머리카락, 거미, 파리, 말벌로 본다. 이러한 현상들은 또한 초기의 흑내장 증세에서도 나타난다. 많은 환자들은 반투명한 작은 관管들을 곤충의 날개로, 다양한 크기의 수포진들로 본다. 이것들은 흑내장을 제거하면 가라앉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개구리 알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때로는 완전한 구로, 때로는 렌즈로 보이기도 한다. (82쪽) * 흙의 원래 ..

놀자, 책이랑 2021.11.28

고구마와 인세

아침에 당진고구마 한 박스가 왔는데 모르는 이름이다. 택배사에 전화를 해서 두 다리 건너 북인 조현석 대표가 보냈다는 걸 알았다. 바로 에어플라이에 구워 시식, 완전 꿀호박고구마다. 아는 시인의 동생이 파는 것이라고 한다. 전에는 아는 시인이 농사 지었다고 사과, 감, 등도 받았다. 선정위원 모두에게 이렇게 선물을 자주 보낸다. 모임에 밥값은물론 차값까지 모두 내고... 누군가 사려면 양보를 안한다. 늘 "저 돈 많아요" 한다. 이래서 돈이 많아지는 건지, 언제나 건강하고 기분좋은 기운을 준다. 감사 문자를 보내려는데 전화가 왔다. 700권에 대한 인세를 넣었다고. 확인하니 91만원이다. 내가 들인 시간과 정성을 계산하면 그야말로 너무도 '비경제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감사, 감사하련다.

<The 수필> 선정모임

얼마만인가, 코로나19 수칙을 따르느라 그동안 모임을 못했다. '옥정'에서 저녁을 먹고, '한옥찻집'에 갔다. 3분기부터 본인이 추천한 5편에 대해서는 채점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좌장인 맹선생님이 아쉬움을 표하셨다. 선정위원들이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점 방식을 바꾸지는 않았다. 수필잡지들의 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았다. 현대수필 뿐만 아니라 몇몇 잡지들이 지금 위태롭다고 한다. 맹선생님 걱정이 크시다. 이곳에 오면 다른 잡지들의 소식을 들어서 좋다. 다들 잡지의 관계자들이니 우물 안 개구리가 귀를 여는 시간이다. '잡지'는 좋은 글 나쁜 글이 다 있어 '잡지'라고 했다는 임헌영 선생님 말을 정전희씨가 전한다. '나쁜 글'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지만,..

네잎크로버 / 세 사람

다음, 애영씨와 티하우스 1박. 20년 넘는 시반의 인연이다. 애영씨는 두 번째고, 다음씨는 처음이다. 다음씨가 가져온 선물~~ 행운을 한아름. 난 네잎크로버를 발견한 적이 없다. 아무래도 왕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 듯...ㅋㅋ 양평휴게소에서 커피와 소떡을 먹고~~ 쟁쟁쟁 수다 수다~~ 이 팀은 부모님 이야기가 많다. 가족사도... 둘은 젊으니 아직 진행형이다. 티하우스는 평일이라서 조용하다. 뒷마당에 있는 배추에 홀릭~~ 이들도 주부 본능 작동. 그네 타고, 베드민턴을 치고, 썰매도 타고.... 낄낄낄~~~ 많이 웃었다. 점심은 혜민씨가 준비해놓은 토종닭 백숙으로. 다음 씨는 삶은 밤을 까서 자꾸 주고. 애영씨가 주방으로 , 사 온 고기를 수육으로 척, 척. 저녁엔 5인이 와인 두 병과, 소주 두 병을 ..

도래할 책 / 모리스 블랑쇼

꽤 오래 잡고 읽었다. '도래할 책'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모리스 블랑쇼, 그가 '소크라테스 이전의 사상가'라고 불리는 것도 궁금했다. 그의 언어가 궁극적으로 우리의 학문적,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우리 각자에게 우리 삶에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된다는 말이 또 무슨 뜻일까. 많은 철학가와 작가의 작품을 흝으며, 두꺼운 책을 덮으면서도 환하게 느껴지는 건 없다. 어슴프레... 언어 너머, 문학 너머의 무엇이 우리를 이끌어 갈것이라는 것?  * 『수첩』에 붙은 부제 「주베르의 내면의 일기」는 우리를 헤매게 하긴 하지만 오해하게 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이야기 되고 있는 것은 바로 가장 깊은 내밀성이며, 이 내밀성에 대한 탐구이고 그곳으로 다다르기 위한 길이며, 결국에는 그것이 틀림없이 하나로 녹아들..

놀자, 책이랑 2021.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