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랑 사랑 사람, 사랑 사랑 노정숙 그는 나의 우상이다. 갸름한 얼굴에 숱 많은 검은 머리, 동그란 안경 안에서 반짝이는 눈동자, 살짝 올라간 입가에 웃음기가 묻어있다. 그는 학문과 혁명, 우정과 사랑에 온몸을 던진다. 생각과 행동이 함께 나아가는 사람을 우러른다. 혁명이나 민주화에 대한 내 .. 수필. 시 - 발표작 2012.07.05
우정의 기술 <현대수필> 2012년 여름호 - 문화클릭 우정의 기술 노정숙 연극 ‘아트'는 배우 출신의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가 요즘 남자들의 우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무대 뒷벽에 흰 패널이 하나 걸려 있다. 잘나가는 청담동 피부과 의사, 수현이 2억 8천만 원을 주고 산 ‘앙트로와’라는 현대 추상.. 수필. 시 - 발표작 2012.05.18
노인은 나의 미래 노인은 나의 미래 노정숙 여든이 넘은 노인의 몸을 씻겨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선배가 있다. 그 선배는 노인수발의 후유증으로 기동력을 잃었다. 나도 어머니의 벗은 몸을 마음대로 본 지 3년이 넘었다. 로댕의 조각 <한때는 아름다웠던 투구공의 아내> 바로 그 .. 수필. 시 - 발표작 2012.03.18
안녕, 스티브 안녕, 스티브 노정숙 돌 지난 손자가 '아니' '시러'를 야무지게 한다. 요즘은 아기들도 제 주장이 강해서인가, ‘좋아’ ‘싫어’를 분명하게 표현한다. 제 엄마 아이폰을 가지고 잘 논다. 그림을 살피며 쓱쓱 밀어서 여는 법을 알아내고 제 눈에 익은 그림을 톡 건드려서 열고 까르르 웃는.. 수필. 시 - 발표작 2012.01.10
열흘 만에 떠난 안경 열흘 만에 떠난 안경 노 정 숙 안과에 갔다. 곱상하게 생긴 젊은 의사가 '중년안'이라며 말도 예쁘게 한다. 예전에는 노년층에게 나타나서 노안이라고 부르던 눈 노화 증상이 요즘은 30대 후반부터 온다고 해서 중년안, 원시안이라고 한단다. 게다가 들어본 적도 없는 '컴퓨터시력.. 수필. 시 - 발표작 2011.12.05
기행수필 작품론 [작품론] 노정숙 수필의 철학적 독서-존재 미학과 소통으로서의 변주 한상렬hsy943@hanmail.net 1. 들어가기 최근 우리 시대의 글쓰기는 ‘발표’라고 하는 제도권 내에서의 자기 증식의 욕망과 상당히 관련되어 있다. 이는 발표 행위의 누적을 통해 인지도를 획득하고 나아가 문단권력 또는 매체권력에 편입하려는 제도적 욕망의 발현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비평이 취해야 할 반성적 대상은 이같은 타자를 앞지르려는 자기 축적의 원리에 있을 것이다. 발표 행위에만 외곬으로 매달릴 때 그 주체는 강력한 수사학의 구축이라는 방어기제를 동원하게 되고, 개괄에 대한 성급한 욕구를 통해 성긴 도식을 곧잘 불러오게 된다. 그럴 경우 그 그물코에 걸리지 않는 예외적 가편佳篇들에 대한 해명은 온데 간 데 없기 십상.. 수필. 시 - 발표작 2011.11.30
멈춰버린 시계 멈춰버린 시계 노정숙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에 갔다.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02분에 멈춰버린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사람의 손뼈와 유리가 엉겨 붙고. 까맣게 타버린 몸, 철모에 붙어버린 두개골이 참혹하다. 피폭시 유품들과 그때의 참상을 느끼게 하는 조형물이 늘어섰다. 당시의 아비.. 수필. 시 - 발표작 2011.05.26
술꾼, 글꾼 술꾼, 글꾼 노정숙 폭음을 했다. 몸이 한물 간 건지 전에 없이 한 순간에 확 가버렸다. 3차로 간 라이브 카페에서 옛날 노래를 들으며 그 시절로 돌아갔나 보다. 단발머리 시절에 문학의 밤에서 들었던 ‘Take me home country road’, 조금 더 커서 좋아했던 ‘님은 먼곳에’를 들으며 열렬하게 .. 수필. 시 - 발표작 2011.03.09
내 침대 내 침대 노정숙 아테네의 뒷골목이다. 아라베스크풍의 철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뒤통수를 당기는 한기를 느끼긴 했다. 요괴 문양이 쌍으로 새겨진 침대를 보면서 죽음의 낌새를 알아챘어야 했다. 그때 벽마다 흔들리는 촛불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나 보다. 비릿한 냄새와 음울한 기운으로 인해 온 몸에 .. 수필. 시 - 발표작 2010.10.08
거절의 기술 거절의 기술 노정숙 매섭게 거절을 당했다. 공적인 부탁이었는데 그는 안하겠다며 단칼에 끊었다. 화상전화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내 망가진 표정을 감출 일이 난감했다. 그러나 목소리도 얼굴 못지않게 정직하다는 것을 안다. 아마도 떨떠름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으리라. 나를 황당하게 한 그는 그.. 수필. 시 - 발표작 201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