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숙의 아포리즘, 그 시문화詩文畵의 미학 노정숙의 아포리즘, 그 시문화詩文畵의 미학 박 양 근(문학평론가) 1. 들어가기 노정숙은 “사람이 좋아서 시와 수필 밭에서 함께 놀고 있다.”는 작가이다. 날라리 신부에서 날라리 할머니가 되었다고 자신을 자평할지라도『바람, 바람』이라는 시화집만으로도 그의 문학적 낯섦과 치열.. 수필. 시 - 발표작 2014.02.28
봄, 봄, 봄 노정숙의 <바람, 바람> 1 봄, 봄, 봄 봄, 꽃 언덕배기에 산수유 선웃음을 날린다. 제비꽃 살풋 고개 숙이고 쑥은 쑥쑥 올라와 푸르른 향내로 길손의 손길을 맞으리. 길가에 넌출넌출 수양버들 팔 벌리니 흰머리 휘파람새 그 품에 집을 짓고. 벌판은 꽉 짜인 풍경화. 실바람에 꽃비가 내린.. 수필. 시 - 발표작 2014.02.12
주연이 주연이 노정숙 그 아이는 얼굴이 하얗고 눈 아래 주근깨가 살짝 있어서 귀여웠다. 아래층에 살던 그 애는 아들과 같은 여덟 살이었다. 매일 아침 계단에서 아들을 기다려 손을 잡고 학교를 오갔다. 어느 날 집에 오는 길에 짓궂은 아이들이 막대기로 건드리며 ‘얼레리 꼴레리’라며 놀렸.. 수필. 시 - 발표작 2014.02.12
고물론(論) 고물론(論) 노정숙 벌써 몇 번째인가. 세탁기에 물이 받치지 않고 흘러내린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하니 기사가 냉큼 달려왔다. 세탁기를 들어 올리더니 오십 원짜리 하나, 백 원짜리 둘, 녹슨 동전을 꺼냈다. 덜렁이 주인 때문에 세탁기가 수난이다. 세탁기가 그래도 돌아가는 것이 기특.. 수필. 시 - 발표작 2013.07.19
봄날, 독백 / 평 봄날 독백 노정숙 1. 아빠가 똥을 피하여 가는 것은 무서워서 그런 것이 결코 아니라고 해도 막내는 자꾸 똥을 치우고 가자고 조른다 - 배상환의 <똥> 전문 읽으며 씨익 웃었는데, 뒤통수가 당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렇듯 자기합리화에 능해지고 게을러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 수필. 시 - 발표작 2013.05.24
복권 당첨 복권 당첨 노정숙 나가서도 내내 그 생각을 했다. 무슨 말씀이건 떨어지기 무섭게 즉각 처리하는 내 성질에 단 몇 시간이라도 미룬다는 건 꺼림칙한 일이다. 깨작지근한 걸 오래 지니지 못하는 못된 성미다. 아침에 어머니께서 상기된 얼굴로 말씀하셨다. 오늘 복권을 사야겠다고, 그것도.. 수필. 시 - 발표작 2013.01.17
못난이 백서 못난이 백서 노정숙 싹둑, 머리를 커트했다. 내 20대 스타일이다. 그 푸르던 시절에도 긴 머리 찰랑이며 여성미를 뽐내보지 못했다. 선머슴처럼 짧아진 머리를 보며 남편은 그게 뭐냐고 난리다. 얼굴이 함지박만 해 보인다나. 요즘 얼굴 작게 보이는 게 대세인데, 못생긴 얼굴을 다 드러냈.. 수필. 시 - 발표작 2012.12.27
나를 받아주세요 나를 받아주세요 노정숙 나 삼문 벼랑에 섰습니다. 내가 먼 곳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 중에는 왜 하필 바쁜 시간에 부고(訃告)냐며 투덜대는 이도 있을 테고, 잠시 추억을 더듬으며 가슴이 저릴 사람도 어쩌다 있겠지요.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 수필. 시 - 발표작 2012.11.21
오동도, 오동도 오동도 오동도 노정숙 8월의 폭염 속에 오동도에 갔다. 배를 타지 않고 방파제를 걸으면 섬으로 연결된다. 바다는 지척이지만 몸 담글 수 없으니 더위를 식혀주지 못한다. 동백꽃 없는 동백열차도 한낮의 열기에 늘어졌다. 시간을 기다리느니 움직이는 것이 낫다 싶어 걸었다. 오동잎 모.. 수필. 시 - 발표작 2012.11.08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노정숙 어머니가 목욕탕에서 쓰러지셨다. 눈이 몹시 붓고 검붉은 멍이 들었다. 아무런 조짐도 없이 느닷없이 일어난 일이다. 통증은 서서히 올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몸은 회복되겠지만 갑자기 쓰러진 것에 대한 두려움은 오래 남을 것 같다. 내 몸이 내 의지로 통제되지 .. 수필. 시 - 발표작 2012.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