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파도타기 “왜 그게 하고 싶은데요.” 인공 파도타기를 하고 싶다니까 아들의 눈이 커진다. 오십이 넘은 엄마는 더 이상 엄마가 아니고 어머니로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인가. 여름, 한낮 볕이 따갑다. 친구들과 물놀이공원의 북새통에 용감하게 끼어들었다. 수영복 위에 긴 남방과 구명조끼, 챙 넓.. 수필. 시 - 발표작 2006.07.03
죽어도 좋을, 저녁 죽어도 좋을, 저녁 친구의 어머니가 심장병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홀로 남겨진 아버지를 모시는 문제로 형제들이 신경전을 벌인다. 2남 2녀의 다복한 가정은 어느새 서로 비난하는 사이가 되었다. 아버지의 일상을 돌봐줄 사람을 찾으니 모두가 거래조건을 먼저 따진다고 한다. ‘사랑은 없다. 다만 .. 수필. 시 - 발표작 2006.07.01
아름다운 축제 [새아침을 열며] 아름다운 축제 2006/06/20 노정숙 수필가 우리는 광장으로 나왔다. 방에 갇혀있던 우리는 월드컵이라는 대명제를 걸치고 거리로 나왔다. 4년 전, ‘작가는 모름지기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꼬드김에 빠져 딸내미의 붉은 티셔츠를 찾아 입고 시청앞 광장으로 나갔다. 그동안 뭉치고 싶었.. 수필. 시 - 발표작 2006.06.20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세계 '학문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이슬람 강의를 듣고 가면서 친구가 날린 문자다. '너도 취하는걸 아니, 그건 내 전공이지. 무엇에건 잘 취하는 거’ 답장을 보내며 피식 웃는다. 나는 이슬람에 한동안 취해있었다. 친구가 소개한 세계경전연구회는 경전에 대한 이론적 해석을 인간적 삶.. 수필. 시 - 발표작 2006.06.16
빗나간 과녁 빗나간 과녁 목사와 신부가 골프장에 갔다. 생각대로 맞지 않는 공을 향해서 목사가 연신 투덜댄다. “×× 더럽게 안 맞네” 계속되는 욕설에 심기가 불편해진 신부가 말한다. “그런 욕 자꾸 하면 벼락 맞아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부는 벼락을 맞고 쓰러졌다. 놀란 목사가 하느님을 향해 외친다... 수필. 시 - 발표작 2006.06.14
더 이상 무섭지않다 더 이상 무섭지 않다 노 정 숙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목이 멘다. 엄마가 좋아하는 황태구이가 내 눈을 어리게 한다. 서둘러 일어나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 입구에 차를 세우고 참사랑묘역을 향해 걷는다. 오른편에는 말라버린 수로가 물도 없이 구차한 모습으로 따라오고, 왼편에는 오래된 묘지의 치장.. 수필. 시 - 발표작 2006.06.12
선 채로 꾸는 꿈 선 채로 꾸는 꿈 노 정 숙 너무 높이 날면 거짓말이 된다. 너무 낮게 날면 세속적이 된다. 높이를 적당히 조절해야 격이 갖추어진다. 때로는 높이, 때로는 아주 낮게…… . 자신과의 고투 끝에 얻어내는 산물이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이 수필이다. 사실이 기본이며 솔직.. 수필. 시 - 발표작 2006.03.28
귀에게 바침 귀에게 바침 첫인사를 갔다. 이마는 드러내고 긴머리는 웨이브를 주어 늘어뜨렸다. 둥근 얼굴이 갸름해 보이라고 볼의 절반쯤 가렸다. 식사를 마친 그의 어머니는 다가앉으라고 하더니 가려진 머리를 제치고 귀를 드러내 본다. 이리 저리 보다가 성이 안 차는지 만져보기까지 한다. 굳은 입에 힘이 약.. 수필. 시 - 발표작 2006.03.28
계율 : 늙지 말 것 계율 : 늙지 말 것 마구 뭉쳐 놓은 숱 없는 머리 오래 전에 생각을 놓아 버린 듯 쾡한 눈 그늘진 뺨 말은 마르고 가는 목에 튀어나온 힘줄 완강하다. 우물처럼 패인 쇄골에 고인 시름 노동을 기억하는 누추한 어깨 간신히 매달린 팔 위태롭다. 늘어져 말라붙은 젖가슴 아직 비릿한데 앙상한 다리 사이 무.. 수필. 시 - 발표작 2006.03.28
비로소 선언함 비로소 선언함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가족은 아니다. 어떻게 아느냐고, 가족들은 모두 열쇠를 가지고 다닌다. 못들은 걸로 한다.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방이 몹시 어지럽다. 책과 신문이 서로 자리다툼을 한다. 벗어놓은 옷들은 제자리를 잃고 여기저기서 히히덕거리고 있다. 이럴 땐 시치미 떼는 .. 수필. 시 - 발표작 200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