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바닷가의 장례식/ 김명인

칠부능선 2006. 7. 9. 21:54

 

 바닷가의 장례식 / 김명인

 

 

 

장례에 모인 사람들 저마다 섬 하나를

떠메고 왔다, 뭍으로 닿는 순간

바람에 벗겨지는 연기를 보고 장례식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우리에게 장례말고 더 큰 축제가

일찍이 있었던가

 

녹아서 짓밟히고 버려져서

낮은 곳으로 모이는 억만 년도 더 된 손금들,

누구나 바닷물이 소금으로 떠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죽음은 연둣빛 흐린 물결로 네 몸 속에서도 출렁거리고 있다

썩지 않는다면, 슬픔의 방부제 다하지 않는다면

소금 위에 반짝이는 저 노을 보아라

 

죽음은 때로 섬을 집어삼키려 파도 치며 밀려온다

석 자 세 치 물고기들 섬 가까이

배회할 것이다, 물밑을

아는 사람은 우리 중 아무도 없다

물 속으로 가라앉는 사자의 어록을 들추려고

더 이상 애쓰지 말자, 다만 해안선 가득 부서지는

황홀한 파도의 띠를 두르고

 

서천 저편으로 옮겨진다는, 질펀한

석양으로 깎여서 천천히 비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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