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나비 / 김명인

칠부능선 2006. 7. 9. 21:23

 

  나 비 / 김명인

 

 

                                                        

 

너울을 뒤집어쓴 늙은 호박잎새 위로

흰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9월 언저리에 남을까, 시월로 건너갈까

머룸 자리 마땅찮을 때 저 나비

섬약한 더듬일 펼쳐 한참이나 없는

경계 더듬거린다

반짝이는 파편의 빛들이 잎새 공간을 비워내지만

모든 잎들은 여름의 길이었으므로

햇빛 한 가닥도 나비에겐 이미

가볍지 않다

나비는, 담장 밖 좁은 공터도 한치 부력으로는

숨이 차다, 날개에 얹히는

햇살 무늬 지우며 팔랑팔랑

어느새 삭은 나비가 난다, 흰빛 더 바스라지는

세 시에서 네 시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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