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동백

칠부능선 2024. 1. 10. 23:27

분재분에서 살고 있는 동백에 꽃망울 4개가 맺혔다.

작년에는 7개가 맺혀서 한개도 활짝 입을 열지 않고 목을 꺾었다.

올해는 벌써 세 송이가 활짝 피었다. 나홀로 상서로운 기운이라며 좋아한다.

오래 전에 쓴 글도 불러온다.

동백冬柏

노정숙

가을부터 앙다문 입술

흰 눈을 머리에 이고도 여문 입을 열지 않는다

새빨간 입술만 봐도 설렌다

살짝 내민 혓바닥에 황금빛 조화 서리면 바짝 달아오른다

어쩌라고 규중처자인양 옅은 미소만 머금고 새치름하다

어쩌자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통째로 목을 탁, 꺾는다

이렇게 활짝 핀 건 처음이다.

동백이 흰눈을 머리에 이어야 하는데 ... 고모님이 주신 항아리만 눈맞이

창밖에 내리는 눈과 동백을 바라보며 베트남 커피를 홀로 내리고

겨울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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