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오상영성원 2박

칠부능선 2023. 12. 14. 09:01

한달 전에 장 샘이 예약해둔 수도원에 갔다.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양양행 우등버스를 타고 12시 30분 경에 양양에 도착, 신부님이 알려준 식당에서

떡만두국을 먹고 택시로 오상영성원으로 향했다.

오상영성원 팻말을 보고 들어선 길부터 쭉쭉 뻣은 소나무 숲이다. 양양에 이런 곳이 있다니...

예수고난회 책 3권을 만드는데공헌한 장 선생과 동행이다. 60년 역사를 정리하는 대 작업이었다고 한다.

번역, 감수한 세 분 신부님과 협업했단다.

예수의 부활이나 영광보다 고난을 생각하는 예수고난회.

염 신부님의 안내를 받고 방키와 기도좌석표를 받았다.

1인실 7개가 있다니 참 아담한 규모다. 내 방 이름이 '기쁨'이다. 시작이 좋다.

이곳은 와이파이가 차단되었다. 와이파이죤이 따로 있다.

장샘의 영성주치의, 오 신부님과 인사를 하니 주변 안내를 해주신다.

느린우체통을 최근에 만들었는데 아직 미완이다. 곧 엽서를 준비한다고 한다. 1년 후에 받는 우체통이다.

의자에 앉아 편지를 쓰고, 저 느린우체국이라고 쓴 돌 안내석 위에 커피잔을 두면 된다고.

신부님이 손수 저 소나무를 가지 치고 정리해서 훤히 드러나게 만들었다고 한다.

버려진 자재로 의자도 만들고 칠도 하고, 돌도 쌓고... 이곳 구석구석을 정비하고 있다.

요즘은 아침에 삽자루 하나 들고 나오는게 신부님께는 '꿀보직'이라고 해서 웃었다.

전에는 주말에 주방 일을 돌아가면서 하는데 그때는 힘들었다고.

나무 둘레에도 의자를 만들었다.

걸으면서도 연신 솔방울을 주워 나무 아래로 던진다. 걸을때 솔방울을 밟으면 미끄러진다고.

 

폐업하는 팬션에서 돌확을 얻어다가 7단 샘을 팠다.

이 산속 물은 다 그냥 먹는다고 한다.

십자가의 길도 특별하다.

오신부님이 이곳에 와서 처음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저 뒤에 둥근돌을 다 주워다 시멘트를 개서 만들었는데 시멘트 독이 올라서 고생했단다.

최소한의 조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미완성 작품을 얻어다 저렇게

작품 옆에는거의 의자를 만들어 두었다. 버려진 방부목을 자르고 칠했다.

저 테이블 위에서 슈크림과 커피 한 잔의 호사를 누리고.

단체 피정의 집이다. 가족단위 올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라고 구경시켜주신다.

화장실, 주방 수리가 필요할 듯,

뒤에서 보이는 풍경

곳곳에 의자를 두었다. 산책하다 묵상하라고.

첫날 저녁되니 비가 주룩주룩 ~~

수면음악으로 듣던 빗소리를 생음으로 듣는데 잠이 안 온다.

유리창 하나에 창호문이라서 소리가 제법 크다.

아파트 고성능 샷시가 막고 있던 귀를 연다.

생음에 익숙치 않은 귀가 밤새 분주하다.

아침 7시 성무일도로 시작

7시 20분 미사

아침 미사에 신부님, 예비신부님이 여섯 분에 일반인은 우리 둘이다.

이곳은 목사님, 신부님들이 피정을 오신단다.

이곳 주방 자매는 교회 권사란다. 김장은 불교신자들이 와서 봉사해줬단다.

8시 아침식사, 식빵과 사과, 커피 ...

종일 비가 온다.

우산들고 나가서 14처를 걸었다.

세 갈림길이 영성원 경계 같다. 비가 와서 저 포장도로를 걸었다.

저녁 먹고 오 신부님께 면담하고 성사를 봤다. 얼마만인가.

오 신부님은 불교대학에서 심리상담 공부를 하셨다고 한다. 그때는 가톨릭대학에 그 학과가 없었다고 한다. 아주 재미있었다고.

그래서인지 부끄럽지 않고 편안했다.

신부님이 만든 성탄 선물, 부엉이

떠나는 날 점심이 제일 먹을만 했다.

2박 3일 꽉차게 지내고 간다.

동호해변 카페 2층에서 차를 마시고

1층으로 옮겨 또 아이스크림을 먹고, 양양터미널에서 서울로 향했다.

'고독과 침묵 피정' 이라는 주제 값을 충분히 했다.

또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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