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초설

칠부능선 2020. 9. 15. 00:13

 

선이 멋진 백화등 잎이 다 져서 친구 화원에 데려다 주었다. 화원은 꽃들의 병원이다. 

친구가 백화등 초설이라는 분을 가져가서 보라고 한다. 지금 한창 이쁠 때 봐주라고... .

예전 같으면 손사래를 쳤을 텐데 냉큼 받아왔다. 동백과 남천이 잘 자라는 데 자신감을 얻었나 보다. 

 

난 사실 꽃보다 나무가 좋다.

낙엽도 지고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나는, 계절을 몸으로 고스란히 드러내는 나무,

사철 푸른 나무는 대견하고 듬직하다. 

잠깐 환장하게 이쁜 꽃, 그래 꽃도 예쁘긴 하지.

부끄러운 곳을 두려워하지 않고 홀라당 내보이는 그 치열함 앞에 누가 눈길을 뺏기지 않고 배기겠는가. 

만물이 다 어여쁘면서도 측은한, 이 마음은 뭔지. 

 

 

 

                         초설, 꽃보다 이쁜 이파리 - 이름도 야리하네

 

 

 

 

 

                  허브가 멀대처럼 자란다고 하니 바짝 잘라주란다. 그리고 말려서 차로 우려 마시라고 한다.

                  당장 와서 싹뚝, 잘랐다.  

          

 

 

                                              뿌리를 자른 잎은 저리 금방 시든다. 향은 은은하다.

                                                   이파리는 이렇게 또 다른 생으로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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