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지 <창>3집 일을 시작했다. 인터뷰 대상자로 이인휘 소설가를 추천받아서 책을 읽어보았다.
인터뷰 하기는 너무 무겁다. 속닥하게 찾아가서 찐하게 한잔 대접하며 그의 못다한 이야기를 들어줘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오래전 노동 현장이야기인데 지금 상황도 크게 바뀌지 않은 듯해서 서글프다..
소설이 수필로 읽힌다.
사람 참 부끄럽게 만든다.
그들의 상처와 슬픔, 증오를 내 분노의 힘으로 바꾸지 못해서 부끄럽다.
* '자본주의 세상에 태어나 자본이 가르쳐준 것만 보다가 자본이 만들어준 수의를 입고 죽는구나!'
다섯 편의 중 단편이 모두 한 맥으로 흐른다.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 가슴이 아프다는 것,
* 알 수 없어요
주인공인 작가는 분신한 이용석에 대해서 쓰려고 만해마을 창작실에 갔는데
만해의 환영을 만난다.
만해가 굶어죽었다는 말을 듣고 생각한다.
죽음도 선택할 수 있다는 당연한 생의 이치를 새롭게 깨닫는다.
우리의 비정과 무관심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무거운 메시지.
글이란 가슴에 차오를 때 써야 제 맛이 난다고 ... 쓰는 자의 갈증과 샘물을 오가는 심정을 느낀다.
* 공장의 불빛
근사한 켈릭터의 남자 사람이 몇 등장한다. 냉소적이고 시크한 표정이 살아있다.
그들의 어눌한 인사도, 호의도 소음에 흡수되어버린다.
공장의 불빛은 끝내 참담하다. 어떤 시점으로 봐도 진저리쳐진다.
* 시인, 강이산
시인이란 원래 현실에 맞지 않는 종족이었다는 말인가.
어느 정도 환상에서 놀아야 하는 어리뻥뻥한 사람, 강해져야 하는 극한 상황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나의 상처와 타인의 아픔과 울분을 힘으로 만들지 못한 패배자가 시인이다.
먼저 간 박영근 시인의 애도가 담겨있다.
* 그 여자의 세상
점박이, 그 여자가 살아낸 모진 세상,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온 그 여자. 마지막까지 그녀의 방식으로 잘 살아냈다.
어설픈 눈물은 모독이다.
* 페허를 보다
심연처럼 깊이 가라앉은 어둠 속에서 한 여자가 굴뚝 위로 올라 가고 있다.' 로 시작한다.
공장에서 가장 높은 곳 굴뚝을 보면서 나는 베드로 광장 중앙에 우뚝 서 있는 오벨리스크를 떠올렸다.
보이지는 않지만 굴뚝 끝에 십자 모양의 피뢰침이 있지 않을까.
제발 안녕하세요.
'놀자, 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워서 읽은 책 (0) | 2016.06.03 |
---|---|
착한 책 3 (0) | 2016.04.13 |
육체 탐구 생활 - 유쾌한 결혼식 (0) | 2016.02.20 |
<구름은 좋겠다> 외 (0) | 2016.01.24 |
집 떠나기 전날 (0) | 2016.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