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구름은 좋겠다> 외

칠부능선 2016. 1. 24. 19:14

 

매우 춥다는 예보에 맞게 며칠 방콕을 하기로 작정했다.

베트남 다녀온 후 목이 아팠다. 감기기운을 병원가지 않고 다스리고 있다. 생강, 레몬차와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고 푹 쉬는 것.

친구가 통화 중에 계피 꿀차가 직방이라며 권한다. 그것도 집에 있는 것이니 마셔두고.

가끔 컹컹대지만 많이 편해졌다.

 

요즘 온 책들이다.

월간지, 계간지는 슬렁슬렁 넘기고,  <시와시와>는 뱅기에서 일독했다. 좋은 시 몇 편이 남았고.

새로운 정기구독이 하나 늘었다. 실은 그냥 오는 책이 더 많다.

예전에 이런 책들을 쌓아두었는데 요즘은 잘 읽는다. 영 안 읽히는 것 말고는 읽으려고 노력한다.

정성껏 사인해서 보낸 책에 대해서 간단한 감상과 감사의 메일을 보낸다. 가끔은 답례로 내 책을 보내기도 한다.

내가 너그러워졌다. 책에 대해서.

이런 일들을 처리해야 맘 편하게 내 글을 쓸 수 있다. 이것도 강박이 아닌지...

잡지나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은 좋은 작가를 찾아 원고 청탁을 하기 위한 것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제부터는 피할 수 없는 최소한의 글만 쓰리라 맘 먹었다.

청탁하는 입장을 알기에 거절이나 사양을 안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함량미달의 글들을 자꾸 발표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구름은 좋겠다> 이춘희

 

등단 20년 만에 낸 첫 수필집이다. 초반에 10년 간 외국 생활을 하고, 치열하게 삶의 전선에도 있었고, 

뜨거운 가족 사랑과 광풍을 이겨낸 저력이 있다.

사막의 밤을 지새우고,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친구들과 알레스카를 운전해서 횡단했다.

 고단한 삶에서 피워낸 꽃밭은 경이롭다. 고개를 숙이며 박수를 보낸다. 

 

 

<앵두를 찾아라> 배혜경

참 야무지다.

앵두라니, 과일킬러인 내가 젤로 별로인 게 앵두다.

그러나 여기의 앵두는 수조 속 열대어의 별칭이다. 작가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매력을 몽땅 가지고 있는,

그 성정은 내가 흉내 내고 싶은 것들이기도 하다.

어릴 때 기억도 어찌 이리도 선명한지... 촘촘한 일상이 밀도 높게 그려있다. 앞으로 기대된다.

 

 

<나비를 꿈꾸다> 김은미

직접 그린 그림들이 따듯하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글도 마음도 훈훈하다.

김은미도 유년 기억이 살뜰하다. 쉽게 풀어 쓴 별스럽지 않은 일상이 잔진히 빛난다.

이웃에 대한 시선도 행동도 곱다. 수필가의 전형을 보는 듯,

 슬몃슬몃 웃음지어지는 건 시간의 축적과 내공이다. 

 

 

<봄날이 온다> 윤희아

딸 셋에 무뚝뚝한 남편을 둔 가정사가 알콩달콩 이어진다.

늘 봄날일 수 없는 일상에서 봄날이 온다고, 올 것이라고 믿는 마음이 어여쁘다.

소소한 기쁨과 슬픔이 잔잔히 녹아있다. 막내 딸의 그림도 엄마의 마음도 정겹다.

열심히 잘 살아온 생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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