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비밀의 화원 / 김소연

칠부능선 2011. 8. 7. 20:21

 

비밀의 화원

김소연

 

 

겨울의 혹독함을 잊는 것은 꽃들의 특기,

두말없이 피었다가 진다

 

꽃들을 향해

지난 침묵을 탓하는 이는 없다

 

못난 사람들이 못난 걱정 앞세우는

못난 계절의 모난 시간

 

추레한 맨발을 풀밭 위에 꺼내놓았을 때

추레한 신발은 꽃병이 되었다 

 

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꽃들의 특기, 하염없이 교태에 골몰한다

 

나는 가까스로 침묵한다

위험한 사랑이 잠시 머물렀다 떠날 수 있게

 

우리에게 똑같은 냄새가 났다

조약돌들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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