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대책 없는 봄 / 임영조

칠부능선 2011. 3. 28. 14:51

 

대책 없는 봄

임영조

 

무엇이나 오래 들면 무겁겠지요

앞뜰의 목련이 애써 켜든 연등을

간밤에 죄다 땅바닥에 던졌더군요

고작 사나흘 들고도 지루했던지

파업하듯 일제히 손을 털었더군요

막상 손 털고 나니 심심했던지

가늘고 긴 팔을 높이 뻗어서 저런!

하느님의 괴춤을 냅다 잡아챕니다

파랗게 질려 난처하신 하느님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았지만

마을 온통 웃음소리 낭자합니다

들불 같은 소문까지 세상에 번져

바야흐로 낯 뜨거운 시절입니다

누구짓일까, 거명해서 무엇하지만

맨 처음 발설한 건 매화년이고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이 덩달아

희희낙낙 나불댄 게 아니겠어요

싹수 노란 민들레가 망보는 뒤꼍

자꾸만 수상쩍어 가보니 이런!

겁 없이 멋대로 발랑까진 십대들

냉이 꽃다지 제비꽃이 환하더군요

몰래 꼬나문 담배불처럼

참 발칙하고 앙증맞은 시절입니다

나로서는 대책 없는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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