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聖 고독 / 천양희

칠부능선 2011. 8. 7. 19:45

 

聖 고독

천양희

 

 

고독이 날마다 나를 찾아온다

내가 그토록 고독을 사랑하사

고苦와 독毒을 밥처럼 먹고

옷처럼 입었더니

어느덧 독고인이 되었다

고독에 몸 바쳐

예순여섯 번 허물이 된 내게

허전한 허공에다 낮술 마시게 하고

길게 자기 고백하는 뱃고동 소리 들려주네

때때로 나는

고동 소리를 고통 소리로 잘못 읽는다

모든 것은 손을 타면 닳게 마련인데

고독만은 그렇지가 않다 영구불변이다

세상에 좋은 고통은 없고

나쁜 고독도 없는 것인지

나는 지금 공사 중인데

고독은 자기 온몸으로 성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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