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입추

칠부능선 2010. 8. 22. 15:03

 

 

입추 / 고정희

회임할 수 없는 것들이여
이 세상의 고통에 닿지 못하리니
열매 맺지 못하는 사과나무여
사랑의 도끼에 찍혀 불구덩이에 던져지리니 

 

 

 

조상들의 예지를 절기를 보며 느낀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지나니 아침 저녁 바람의 맛이 다르다.

매미 소리의 기세도 조금은 꺾인 듯 하다.

가을, 열매를 준비하라고 채근한다.

도끼에 찍혀서 불구덩이에 들어가지 않으려면.

 

 

아, 이쁜 저 여인,

나도

공원에 책 들고 나가서 엎드려 봐야겠네.

넘이사 괴롭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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