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오어사

칠부능선 2007. 6. 7. 10:40

 

*오어사의 그윽함,

 

오어사에서 만난 정 많은 시인이 생각나서...

 


<내 물고기 절에서 만난 사람>

   두 스님 개울가에서 물고기 한 마리씩 잡아먹고 내기를 했다지요. 한 스님 그냥 똥으로 나오는데 다른 한 스님 먹었던 물고기 살아 나와 헤엄쳐 가더라나요. 파안대소(破顔大笑), 저거 내 물고기야, 외쳐 거기 지은 절 이름 오어사(吾魚寺). 그 스님 천한 근본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행실이 비범해 면천(免賤)받았지만 살다간 승려생활 시정(市井)을 떠나지 않았답니다.

  옛날 이야기 한 자리 펼치며 가는 곳
  오천(烏川)에는 까마귀처럼 제철공장
  검은 흙빛이 누워있는데
  고향 떠나 대구에서 사업하다 몸만 망쳤다는
  중년의 사내는 서늘한 바람에 지고 있었다

   우리는 물고기를 잡아먹지만 더러 어떤 이는 물고기의 물고기를 먹고, 우리의 입과 배와 창자는 물고기를 해체시키지만 더러 어떤 이는 입에서 배와 창자로 맑은 물살을 흘려 보내, 거기 다시 살아 헤엄쳐 가는 물고기의 한 자락 꿈을 꾸지.

  사내여, 나 또한 부질없는 그림자 좇아 와서
  이 절 어느 개울가에 똥이나 싸는구나
  제철공장 마을 흙빛보다 더 검은 세상을 뿌리고
  홀로 저무는 서러움 같은 것에 몸을 맡기기도 하는구나

  그런데 똥 싸서 체면 구긴 스님?
  글쎄 그게 원효(元曉)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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