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주당1 의 전언

칠부능선 2007. 5. 20. 23:21

 

"강호에 소문난 주당 삼총사가 있었다.

며칠에 한 번씩 만나서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시는 폭주파다.

오직 술 마시는 일로 십 년 넘는 세월을 보내 나름대로 주력을 인정받는 실력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주당1 이 금주 선언을 했다.

최근에 술에 대한 일종의 불감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취기가 오르지 않고 억지로 마셔도 금방 깨어버리는 이상한 일이 빈번해졌단다.

십 년 넘게 똑같은 행태로,

다시 말해 지리멸렬한 반복에 몸이 지겨워하며 깊은 권태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당1 은 주당2 와 주당3 과 결별하고,

제대로 된 음주 비법을 터득하여 오겠다며 산으로 들어갔다.

 

주당1 이 강호를 떠난지 3년, 비로소 제대로 된 음주비법을 터득하였다.

 

비법1  침묵하며 마실 것.

비법2  조용한 곳에서 마실 것.

비법3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쓰며 마실 것.

 

이름하여 기록파.

 

일반인들이 기록파의 음주비법을 따라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고작해야 폭주파에서 중독파로 전이되어 손을 떨거나 방탕자가 되어 비참하게 죽어가는 게

정해진 수순이니까.

바람소리와 함께 마시고,

빗소리와 함께 마시고,

눈 내리는 소리와 함께 술을 마신다는 전설의 기록파... "

 

 

 

* 박상우의 새로운 단막소설 <<짬뽕>>에서 건진 야그다.

   

   이거,  딱이다.

   술자리에서 난타하는 무성한 말, 말들.

   취중진담이라고 어느때 보다도 속내가 드러나는 진솔한 말들인데....

   좌충우돌 하며 날아가 버리는 말들을 주워볼만도 하다.

   에고.

   언제 기록파에 도전해 보나.......

 

 

 



Chris Garneau, 2007 Debut Album [Music For Tourists]





Chris Garneau - Rel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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