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512

남자의 자리 / 아니 에르노

배경이 익숙하다. 먼저 읽은 두 권과 같은 장소에서 그의 아버지가 중심인 이야기다. 딸이 나보다 나은 환경, 나보다 나은 위치에서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어디서나 같다. 경험한 것, 사실만을 쓴다는 아니 에르노의 소설이고 보니, 나를 소재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수필 작법에도 통하는 구절들을 만난다. ​ ​ ​ * 나는 천천히 쓰고 있다. 사실과 선택의 집합에서 한 인생을 잘 나타내는 실타래를 밝혀내기 위해 애쓰면서, 조금씩 아버지만의 특별한 모습을 잃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글의 초안이 온통 자리를 차지하고, 생각이 혼자 뛰어다닌다. 반대로 기억의 장면들이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오게 두면, 아버지의 있는 모습 그대로 가 보인다. ... 물론 들었던 단어와 문장에 최대한 가깝게 써야하는 이런 ..

놀자, 책이랑 2023.01.15

라그랑주점 / 이상수

이상수 수필집, 장정이 깔끔하다. 왠지 자신감 넘쳐보인다. 글을 쓰는데 연식이 깊이나 넓이를 좌우하지는 않는다. 빛나는 건 처음부터 빛난다. 긴 시간 갈고 닦아서 빛나는 것도 있지만... 오랜 준비를 마치고 수필 동네에 입성했다. 드러난 시간보다 더 오랜 담금질이 글에서 느껴진다. 몰랐던 정보도 신선하다. 좋은 수필을 계속 쓸 기대감에 든든하다. ​ ​ - 작가의 말 마침내 여행이 시작되었다. 쓸쓸한 운동화의 시간을 신고 바람과 구름과 햇살과 비를 좇아간다. 더욱 혼자가 되겠지만, 작은 봇짐 속에 꽃 한 송이 있다면 더 이상 외롭진 않을 것이다. 2022년 가을 이상수 ​ ​ * 수더분한 외모를 보고 주위에선 나를 편한 사람으로 오인한다. 그러나 조금 지내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원칙에 어..

놀자, 책이랑 2023.01.10

칼 같은 글쓰기 / 아니 에르노

아니 에르노의 소설과 달리 단숨에 읽혀지지가 않았다. 프레데리크 이브 자네와 이메일로 주고받은 글쓰는 방식과 상황에 대해 나눈 이야기다. 경험한 것만을 쓰겠다는 에르노는 소설을 쓰면서 다른 일기를 동시에 쓴다고 한다. 경험을 모두 쓴다지만 말할 수 있는 것과 혼잣말로 두는 것이 따로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 * 내겐 글을 쓰면서 따로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것이 나의 첫 글쓰기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문학적으로 지향하는 바 없이 그저 내밀한 생각을 털어놓은, 말하자면 사는 데 도움을 주는 글쓰기였어요. 열여섯 살 때 처음으로 내면일기를 쓰기 시작했지요. 몸시 우울한 어느 저녁이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내 인생을 글쓰기에 바치리라고는 특별히 예측한 적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

놀자, 책이랑 2023.01.08

말 이상의 말 글 이상의 글 / 김정화

김정화 선생이 '리뷰 에세이'를 냈다. 책을 읽고 쓴 리뷰와 수필의 차이을 생각해 본다. 모든 글이 읽은 책을 영양으로 싹이 튼다. 그것을 전면에 배치하느냐 바닥에 장착하느냐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드러냄과 감춤을 적절히 해야 가독력이 높다. 책이 책을 부르는데 성공했다. 내가 읽은 책 보다 읽지 못한 책이 더 많다. 그럼에도 거의 아는 작가라서 가깝게 다가온다. 충분히 불씨를 당겼다. 삶과 버무린 '리뷰 에세이' 이 오래 새겨지길 바란다. ​ ​ ​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읽고 쓰면서 점점 '내'가 되어갈 것이다. 이번 '리뷰 에세이'가 독자들의 가슴에도 문학의 불씨를 댕겨 책 권하는 도화선이 되길 희망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 * 수주의 글에서는 술꾼의 멋과 품격이 무엇인지..

놀자, 책이랑 2023.01.05

오우가 - 첫모임

다섯 명이 모여 샤브샤브로 점심을 먹고 율동공원 입구 망캄에 갔다. 중앙에 놓인 큰 어항에 상어 한 마리 유유자적 홀로 잘 논다. 오늘 앉은 자리에서는 창으로 더 잘 보인다. 야성을 버리고, 고향을 버리고~ 새로운 몸으로 애완의 도구가 된 상어. 상상과 묵상을 가져와 그의 심정을 헤아려본다. ​ ​ ​ ​ ​ ​ 친구의 흰머리를 보며 내 남은 시간을 생각해 본다. '아직'과 '벌써' 사이 마음의 준비는 단단할수록 좋다. ​ ​

하늘 비자 / 송마나

송마나 선생님은 몇 해 전, 관여 선생님의 희수 깜짝 파티에서 한 번 뵌 적이 있다. 철학 수필 그룹이라는 것, 글이 비상하다는 것, 멋진 모자를 쓴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 첫 작품 '배꼽'을 통해 귀한 딸로 자랐고, 아버지가 '마음의 꽃' 을 쓴 수필가셨다는 것, 함께 쇼핑하는 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래 숙성된 언어의 폭죽이 곳곳에서 터진다. 나는 금세 몰입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갔던 '세이렌들의 바위'는 참 허술했는데... 이오스 섬에서 맞은 일출만 떠오르는데, 그곳에 호메로스의 무덤이 있었다니... 내가 밟았던 이국의 지명들과 내가 읽은 작가들을 만나는 기쁨과 내가 모르던 철학과 신화의 물결을 타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공부를 일깨우는 수필이다. 읽고 싶은 책 메모가 늘어났다. 웅숭깊은..

놀자, 책이랑 2023.01.03

가족 송년모임

12/ 31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였다. 승진네가 연안부두에서 가서 방어회를 어마무지 많이 떠와서 .... 결국 남았다. 저녁을 먹고 수수백년만에 노래방을 갔다. 며늘과 노래방 가는 건 처음이다. 이 조합으로 노래방도 처음이다. 연님이 제일 잘 논다. 춤도 이쁘게 추고~ 노래도 곧 잘 한다. 가끔 이런 시간 갖는 것도 좋겠다. ​ 부부 대항하듯 승진에 부부 노래~ 기적 - 아들, 며늘은 친구 결혼식에서 듀엣으로 축가도 불렀다고 한다. ​ 집에서 하루종일 노래를 불러낸다는 시경이~~ 랩을 잘 한다. 연님이 잘 맞춰준다. 태경이는 아주 얌전하게 노래를 부른다. 시경 노래 ​ ​ ​ 노래방을 나오니 옆에 스티커 사진 찍는 곳이 있다. 이게 코스라나~~ 한참 웃었다. ​ ​ ​

자작나무숲, 박인환 문학관, 백담사

12월 30일, 8시 30분 수내에서 6인 출발, 김 선생의 카니발에 타면서 뜨끈한 구운계란과 군고구마, 차, 두유등으로 아침을 해결~ 달려서 원대리 자작나무숲에 이르렀다. 입구에서 아이젠과 스틱이 없는 사람은 입산을 막는다. 권샘이 간단한 아이젠 4개를 가져와서 우리는 모두 통과, 아이젠 덕을 톡톡히 봤다. 언젠가 여름에 왔을때 오르던 산길은 막혀있다. 도로를 주욱 돌아서 전망대에서 내려가는 길로 걸었다. 평일임에도 사람은 적당히 많았다. ​ ​ ​ ​ ​ ​ ​ ​ ​ ​ ​ ​ ​ ​ ​ ​ ​ ​ ​ ​ ​ ​ ​ ​ ​ 내려와서 박인환문학관을 들러~~ ​ ​ 최불암 어머니가 하던 '은성'에서 막걸리 한 잔~ ​ ​ ​ ​ ​ ​ ​ ​ 3시경 되어 식당에 왔다. 황태구이와 더덕국이, 더덕주로~~..

낯선 길에서 2023.01.01

대부도

고모네랑 나들이 약속한 날 아침, 간밤에 눈이 펑펑 내렸다. ​ 경로 4인, 용감한 내가 운전해서 대부도를 다녀왔다. 조금 막혀서 2시 다 되어 검색해 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셋이 막걸리 한 병도 하고. ​ 오래전, 친구 자임이 그림 전시했던 곳이다. 저 전망대에 올랐던 기억이 나서 가보니 리모델링 중이라고 막아놨다. 볼거리가 있었는데... ​ ​ ​ ​ ​ ​ 옆에 있는 공원을 돌고~~ ​ ​ ​ ​ ​ ​ 고모네는 한국에 와서 눈길을 처음 걷는다고 한다. ​ ​ ​ ​ ​ ​ 대부도를 관통해서 누에섬, 오래전에 걸었는데, 바라만 보고~~ ​ 바닷길를 다리 위로 달린 것 빼로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지만 쨍한 겨울 날씨를 달게 맛봤다. ​ ​ ​

낯선 길에서 202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