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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 알베르 카뮈

​ 을 언제 읽었던가. 스토리는 생각나는데 문체가 깜깜하다. 알베르 카뮈, 수업을 위해 주문해서 읽었다. 장석주는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에서 '부조리의 문체 - 삶이라는 백일몽을 찢고 나가다' 라고 했다. '카뮈의 문장에는 생명의 기쁨과 관능의 아름다움이 눈부시게 드러난다' 니... 갸우뚱 하면서 다시 읽는다. ​ ​ ​*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謹弔'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뜻이 없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13쪽) 그 유명한 첫 문장. ​ * 바다가 무겁고 뜨거운 바람을 실어 왔다. 하늘 전체가 갈라지면서 불비가 쏟아지는 것 갔았다. 나의 전 존재가 팽팽하게 긴장했고 나는 손으로 권총을 꽉 그..

놀자, 책이랑 2023.02.15

땅에서 빛나는 달 / 김산옥

김산옥 선생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의 다섯번째 수필집을 읽고나니 다정하고 따뜻한 품성이 더 드러난다. 여러 사람들에게 받은 선물을 공개하는 일은 저으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 그냥 따듯한 마음을 간직하는 것으로 접수한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몸에 익힌 선의와 나눔 생활에 대한 보답인 것이다. 자신이 전한 선물이나 베품을 알리지 않는 미덕을 생각하며 나는 마음이 훈훈해졌다. , 에서 이영자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렵게 느껴졌던 마음을 편안한 쪽으로 당기게 한다. 임지윤, 김혜영, 우명식.. 내가 아는 반가운 이름들과도 정을 나눈다. '분당에 사는 노 선배님 시모가 돌아가셨다.' 로 시작하는 이란 글에 우리 어머니 장례식장 풍경도 나온다. 사람과 사물, 자연을 대하는 시선이 남다른다...

놀자, 책이랑 2023.02.10

시작, 서울둘레길 걷기 1 (2-1)

수필반 김 선생의 안내로 서울둘레길 걷기를 시작했다. 매달 첫째 화요일과, 셋째 일요일 모임이다. 한 달에 두 번 한 코스를 두세 번 나눠서 걷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내 계획을 얘기하니 산티아고 3번 다녀온 친구가 등산화, 배낭, 스틱, 양말, 장갑 기능성 옷.. 몽땅 가져다 주었다. 걷기 경력도 없이 모양새만 갖췄다. .. 판교역에서 9시 22분에 탄 신분당선은 완전 콩나물시루다. 정자역에서 탄 일행들과 만났다. 깜짝 놀랐다. 학생때 만원버스 이후 이런 대중교통은 처음이다. 환승을 해서 화랑대역에 도착. 걷기~~ 2코스 시작점이다. ​ ​ 스템프를 찍고 ​ ​ ​ ​ 이런 길도 걷고~ ​ ​ 이런 길도 걷고~ ​ ​ ​ ​ ​ ​ ​ ​ ​ ​ 망우리 공동묘지 위에서 내려다 본 서울 ​ ​ ​ 오늘은..

낯선 길에서 2023.02.08

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수업을 위해 예전 책들을 들춰 읽었다. 이 새로움은 뭔가. 읽은 흔적이 있는데도 새 롭 다. ​ 박경리는 김동리 선생을 만나 습작품을 보이니 "소설을 계속 써보라" 는 격려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박경리는 대하소설 집필중에도 남몰래 시를 쓰며 위로 받았다고 한다. 26년 동안 《토지》 20권을 썼다. (1969년 9월~ 1994년 8월) 1971년 유방암 수술을 받은 뒤 수술 자리를 붕대로 동여맨 채로 토지 집필을 이어갔다. 이때의 심정을 시 에 풀어놓았다. 곧은 마음과 높은 정신, 깊은 사색, 통찰로 세상을 아우른다. 이 시집은 유고시를 제외한 박경리 시집을 망라했다. 두 편의 작가 서문을 읽은 것으로 시작부터 마음이 무지근해진다. 박경리, 고유명사가 된 박경리 선생님은 우러를 스승이다. ​ ​ ​ ..

놀자, 책이랑 2023.02.03

박경리의 말 / 김연숙

20권을 읽으며 밑줄 친 말과 박경리 선생의 말을 톺아 자신의 경험과 버무렸다. 수필의 핵심이 많다. 모든 글쓰기가 자기를 풀어놓는 일이기는 하다. 박경리 선생도 문학이 자신의 삶과 하나라고 하지 않았는가. 오래 전에 사두고 읽히지 않았는데 다시 잡으니 쉬이 읽힌다. 이렇듯 글이 시절도 탄다. 가까운 사람에게 속엣말을 푸는 듯 바짝 다가온다. 의 장면들이 불쑥불쑥 다가오기도 한다. ​ ​ ​ * 카프카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죄를 파생시키는 두 가지 주된 인간적인 죄가 있는데, 다름 아닌 조바심과 태만이다. 조바심 때문에 인간은 낙원에서 추방되었고 태만함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어쩌면 주된 죄는 오로지, 조바심 한 가지인지도 모른다. 조바심 때문에 인간은 낙원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112쪽..

놀자, 책이랑 2023.01.29

다시, 설

오랜만에 설다운 설을 보냈다. 아버님 어머니 가시고 그동안 설렁설렁 지냈는데 작년에 캐나다 시누이네가 오고 자주 만나니 설도 우리집에서 지냈다. 바쁜 아들네는 당일 가고, 딸네는 1박, 사위와 밤늦도록 왕수다와 대취. ​ 24일에는 친정조카들이 14명 왔다. 세 명의 가솔이 모두 출동... 번개로 잘 치뤘다. 조카들이 돌아간 후, 언니네 가서 저녁 먹고 오니 연휴를 꽉차게 보냈다. ​ ​ ​ ​ 동백이 꼭 다문 입을 살짝 열었다. ​ ​ 가고스 앵초가 활짝 웃기 시작했다. 얘는 오래오래 웃을 것이다. ​ ​ 큰 오빠 아들 둘과 둘째 오빠 아들의 식솔 모두 모였다. 장조카 아들 딸이 결혼도 하고... 난 고모할머니다. 조카들이 잘 지내니 참 보기 좋다. ​ ​ ​ ​ 언니네서 먹은 저녁, 오늘 제대로 한 ..

파키스탄 히말라야 / 거칠부

거칠부의 거침없는 걸음을 눈길로 따라가며, 내 마음이 아직도 여전히 설레는 게 대견하다. 과장없는 담담한 토로가 마음에 든다. ​ ​ ​ ​ * 라인홀드는 낭가파르바트 등정 후 눈사태로 동생을 잃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검은 고독 흰 고독》은 8년 만에 다시 낭가파르바트를 등반하는 동안 겪었던 내면의 갈들과 불안, 고독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동생 권터와의 이별과 단독 등반의 불안을 검은 고독으로, 불안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로워졌을 때를 흰 고독이라 표현한다. 루팔벽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한 고독한 등반가의 독백이 들리는 듯했다. ​ " 나는 언제나 망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럴 때면 지난 일도 다가올 일도 모두 내 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나는 어떤 일이건 그것이 나에게 전부..

놀자, 책이랑 2023.01.23

꿈속의 꿈 / 윤상근

윤상근 선생이 어머니에 대한 사무침이 바로 전이된다. 나처럼 내 할일 다 했다고 뻔뻔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숙연하고 울컥해진다. 받자마자 잡은 책을 단숨에 다 읽었다. 마지막 챕터 은 짧은 소설이다. 같은 주제지만 소설의 옷을 입으면 더 자유롭다. 70대 작가가 90대 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풀어놓은 이야기는 수필 너머, 소설 너머의 진실을 훤히 그려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이 시대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 문학의 치유 능력을 생각했다.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치고 작가는 조금 가벼워졌기를 빈다. 솔직하며 담백한 문장들이 단숨에 읽히는 건 작가의 대단한 내공이다. ​ ​ ​ * 오신 곳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전에 이 책을 바칩니다. ​ 어머니 돌아가신 지 백 일이 되어갑니다. 아직도 하루에 몇 번씩 ..

놀자, 책이랑 2023.01.20

설 채비

[노경자] [오후 2:19] 숙아~언니가 만두하고 전거리 준비했어, 조금씩 나눠먹자, 넌 글써~난 전부칠께 (크크) ​ ​ 80세 언니가 토욜 밤에 보낸 문자다. 일욜, 언니네 가서 종일 전을 부쳤다. 먼먼 시절 주변인들이 다 등장하는 이야기를 풀면서. 어쩜 형부는 손 하나 까딱하시질 않는다. 아, 커피는 타 주셨다. 80대 남자 어른에게 집안일은 금기에 속하는 것 같다. 70대 우리집 남자 어른도 마찬가지다. ​ 재료 하나하나 갖은 정성을 들인 언니표 전, 내가 부친 건 처음이다. 이제까지 앉아서 얻어다 먹기만 했는데... 나름 뿌듯하다. ​ ​ 깻잎전과 만두는 어제 언니가 해 놓았다. 푸짐하게 얻어왔다. ​ 아직 이렇게 음식 만드는 걸 즐기는 건 몸도 정신도 건강한 거다. 내가 먹고 싶은것, 나누고 ..

남자의 자리 / 아니 에르노

배경이 익숙하다. 먼저 읽은 두 권과 같은 장소에서 그의 아버지가 중심인 이야기다. 딸이 나보다 나은 환경, 나보다 나은 위치에서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어디서나 같다. 경험한 것, 사실만을 쓴다는 아니 에르노의 소설이고 보니, 나를 소재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수필 작법에도 통하는 구절들을 만난다. ​ ​ ​ * 나는 천천히 쓰고 있다. 사실과 선택의 집합에서 한 인생을 잘 나타내는 실타래를 밝혀내기 위해 애쓰면서, 조금씩 아버지만의 특별한 모습을 잃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글의 초안이 온통 자리를 차지하고, 생각이 혼자 뛰어다닌다. 반대로 기억의 장면들이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오게 두면, 아버지의 있는 모습 그대로 가 보인다. ... 물론 들었던 단어와 문장에 최대한 가깝게 써야하는 이런 ..

놀자, 책이랑 2023.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