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636

하늘 꽃 피다 / 노갑선

노갑선 작가는 일면식 없는데 오래 알고 지낸 분 같은 느낌이다. 주위에 좋은 분들이 등장하는데 나도 아는 사람이 많다. 덩달아 마음이 푸근해진다. 맘씨, 솜씨, 맵시 모두 곱고 여물듯한 작가에게 박수보낸다. ​ ​ ​ '우리의 전통문화와 오감을 깨우는 차를 가까이 하며 멋과 맛에 흠뻑 젖었습니다.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재조명하고,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글로 남겼습니다. 나의 수필나무에 수 번째 꽃등을 답니다.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은은한 향을 전하고 고운 빛깔로 주변을 밝히면 좋겠습니다. 퇴직후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남편의 작품을 표지와 본문에 실어 잠시 쉬어가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 - '작가의 말' 중에서 ​ ​ * 앙증스런 깽깽이풀꽃에 눈길을 보낸다. '안심하세요'라는 꽃말이 ..

놀자, 책이랑 2022.12.15

미용실 잡지

두어 달에 한 번 가는 미용실이다. 펌을 하는 동안 잡지를 훝었다. 그 옛날에 두툼한 '여성시대' '우먼센스'이런 잡지들의 판형이 날렵하게 바뀌었다. 여전히 그림으로 봐야하는 패션과 미용 정보가 주를 이루지만 그 중 눈에 들어오는 반가운 기사를 만났다. ​ ​ ​ 이런 잡지에서 신형철을 소개하는 시대가 된 거다. 를 소개하면서 그의 근항을 전한다. 빙긋 웃음이 나온다. ​ ​ ​ 이런 읽을만한 기사도 반갑다. ​ ​ ​ 행동하는 MZ세대의 소식에 희망을 품어본다. 펌을 하고 기다리는 두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휴대폰을 깊이 넣어두길 잘했다. ​ ​ ​ 나를 담당한 29살 현우 선생은 지난 번부터 정장을 한다. 흰 드레스셔츠에 검정 정장이 잘 어울렸다. 프로의 자세라고 칭찬해주었는데, 오늘은 회색 잔체크 ..

놀자, 책이랑 2022.12.13

불경스러운 언어 / 이은희

반가운 이름들을 만났다. 이덕무, 유득공, 이태준, 정민, 이옥, 김려, 심노승... 불경스러운 문장을 남긴 어른들이다. 우리는 그 불경스러운 문장을 기꺼이 품고 뜨거워진다. 목차만 봐도 반갑다. '기갈이 들린 사람처럼' 고전을 찾아 읽었다니 기대된다. ​ 목차를 앞에 두고 따악, 87세 고모부님의 필사본이라니, 어찌 감동하지 않겠는가. 감동을 넘어 눈물이 날 것 같다. 이은희 작가의 남다른 자부심과 긍지의 연원을 엿본다. ​ ​ ​ * 차를 매개로 선인의 견고한 인연이 아름답다. 추사와 초의는 경전의 말씀대로 '땅과 같은 벗'이다. 참으로 '곡식과 재물을 나누어주고 보호하여 은혜가 두터워지고 박함이 없는 벗'이다. 인공지능이 휘젓는 세상이 도래해도 인간의 순수한 마음을 따라가진 못한다. 차는 소통과 공..

놀자, 책이랑 2022.12.02

인생의 역사 / 신형철

신형철 신간 알림을 보고 바로 주문했는데... 오래 읽었다. 이십수 년 동안 문학을 공부하면서도 자신감을 잃고 주눅이 들 때마다 '시는 나를 사랑한다. 시가 나를 사랑한다' 고 최면을 걸듯이 속으로 말했다고 한다. 지금 내게도 이런 세뇌가 필요하다. 그럼, 그럼 ~ '시를 겪는다' 그래서 시인인 거다. ​ ​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 - 책머리글 중에서 ​..

놀자, 책이랑 2022.11.28

빛나는 말들 / 김미원

김미원 선생이 그동안 한 인터뷰 글을 모아 를 묶었다. 후에 이 된 월간지- 창간호부터 정기구독을 했으니, 다 만났던 글인데도 새롭고 반갑다. 김미원 선생은 오래 전, 인도기행을 함께 갔었다. 다감하면서도 조용한 카리스마로 전체를 편안하게 이끌었다. 그때 호감이 시작되었다. ​ 나는 읽던 책을 미루고 푹 빠져서 읽었다. 첫 인터뷰가 나온 잡지 2006년 7월호, 기억이 선명하다. 장사익 인터뷰가 특히 좋았다. 그 후 연말모임에서 장사익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바로 곁에서 노래도 두세 곡 감탄하면서 들었다. 마지막이 2022년 9월호 김사인 시인이다. 한참 전, 세 번째 시집 QR로 어눌한 시인의 육성을 들었다. 과작에 수줍은 인상의 김사인 시인, 그냥 수줍은 게 아니다. 곧은 정신의 뼈가 하얗게..

놀자, 책이랑 2022.11.27

메타에세이 / 박양근

문학 오디세이를 위한 는 박양근 선생님 최근작이다. 오래 탐구하고 연마한 내용을 앉아서 편하게 받아 모신다. 변함없는 수필 사랑 충만하신 모습에 경의를 보낸다. 자주 끄덕거리며, 반가운 이름들을 만난다. 일면식 없이 나 홀로 좋아하던 작가와 철학자들을 만나 또 혼자 들뜨기도 한다. 오랜만에 푹 빠져 읽으며 자세를 바로 잡는다. *프롤로그 나, 그대, 우리는 글을 쓴다. 작가로서 살기 위하여 사람은 태어나면서 작가다. 그는 세상이 들어온 느낌을 울음으로 표현하다. 내가 누구인가를 알리는 방법과 공간을 지니기 시작한다. 한해 한해가 지나면서 표정과 손짓과 발짓으로 기쁨과 슬픔을 말한다. 더욱 성숙하면 말을 배우고 글이 자신의 표현방식임을 알아차린다. 청춘의 아픔과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련을 치유하는 방법..

놀자, 책이랑 2022.11.17

나비야 나비야 / 강여울

강여울 선생은 아주 오래 전, 대구 문학행사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다. 글이 좋아서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아주 갸날픈 몸매에 수줍은 모습, 눈빛이 따듯했다. ​ '묵은글이라 부끄럽지만 책갈피에서 떠오른 추억처럼 잠깐 미소지을수 있기를...' ​ 다정한 저자 사인에 가볍게 책을 펼쳤다. 웬걸.. 바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1963년생, 나보다 한참 아래 연배인데 어찌 이렇게 살아냈는가. 장하다. 첫 작품 은 치매 시아버지의 눈길을 따라간다. 외로운 시어머니의 마음을 훤히 뚫고 있다. 삶에 천착해서 풀어내는 게 수필이지만, 보이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에 머무는 게 또 수필이 아닌가. 경계를 넘어선 진솔함에 자주 울컥거리렸다. 아니 경이로움으로 고개를 숙인다. 오랜 '매듭'을 지었으니, 앞으로 가볍게 즐..

놀자, 책이랑 2022.11.14

호밀밭의 파수꾼 / J.D. 샐린저

데이비드 제롬 샐린저 1919년생 ~ 이렇게 쓴 저자소개의 책이다. 1994년 초판, 정가 3,500원. 누렇게 바랜 책이다. 장석주 교재 중 - '세상을 등진 은둔 작가의 상상력' 자료라서 찾아 읽었다. ​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은 아버지는 적성에 맞지 않는 학교를 보내 괴로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결국 낙제를 하고 퇴학을 당한다. 그런 모든 경험이 그의 글에 녹아나온다. 샐린저는 30대에 유명해져버렸다. 1960년대 중반, 샐린저의 공식적인 삶을 끝냈다. 흔들림없이 비밀에 감싸인 채 은둔 생활을 이어가다가 2010년 1월 27일, 사망한다. 그 사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 ​ '호밀밭의 파수꾼'을 꿈꾸는 16세 반항적이며 시니컬한 호든의 이야기는 내내 어이없는 웃음이 난다. 덩치가 크고 앞머리가..

놀자, 책이랑 2022.11.13

케렌시아는 어디일까 / 문육자

문육자 선생님의 새 수필집이다. 여덟 권 째다. 읽기도 전에 숙연해지는 이 마음은 무엇인가. ​ … 아파하며 글을 쓰는 것도 사치라고 했다. 다 내려놓으면 무에 그리 서럽고 안타깝고 허망하겠느냐는 전갈에 손뼉을 쳤다. 모두 돌아앉아 있었다. 낯선 얼굴이었다. 저마다 바쁘게 걸어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뱃속이 웃음을 품는 일은 없을까. 수많은 언어를 가져다주던 바다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밤마다 꿈을 꾸었다. 스스로를 하찮다고 홀대한 순간을 매질했다. 보이지 않지만 열심히 땅속을 걷고 있는 나무들을 응원하고 있지 않은가. 이젠 하늘로 뻗어갈 그들의 기개가 구름장을 찌를 때까지 그 곁에서 서툴게 캐낸 언어를 제련하기로 한다. 그리고 고향 바다를 부르기로 한다. 바다 저편에서 꼬물거리다가는 훌쩍 치솟아 성큼..

놀자, 책이랑 2022.11.13

서행구간에 들어왔습니다 / 주안 외 7명

퇴촌 동네책방 팀의 첫 동인지가 나왔다. 지난 여름에 만난 여덟명의 모습과 사연이 눈에 선하다. 글을 읽으며 울고, 들으며 울었던 진한 감동의 시간이었다. ​ 경기콘텐츠진흥원 '글쓰기창작소' 사업의 지원을 받아 만들었다니 더욱 장하다. 주안 쥔장님은 계간현대수필 가을호로 등단한 열혈 작가다. 동네에 이렇게 따뜻한 만남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나를 풀어놓고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어나가는 모습이 훤히 그려진다. 거듭 박수를 보낸다. ​ ​ 서행을 마친 이들의 마음을 본다. ​ 주안 - 어느 날 삶의 속도와 방향을 잃고 서행구간에 들어 온 사람들, 우리의 인연이 소중한 것은 나 역시 그 서늘한 시간을 건너 온 까닭이다. 시간과 마음을 헐어 쫒아가던 것에서 자유하고 싶었고, 세상이 만든 속도에서 내려오고 싶었..

놀자, 책이랑 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