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634

『The 수필 2025 빛나는 수필가 60』

일년 동안의 결실이 나왔다. 7년 째다. 분기별로 모여 편집모임을 했다. 나름 고심하고 공정하려고 애썼다.수필잡지를 두루 꼼꼼히 읽고 좋은 작품을 골아서 추천을 해야하는 일이다. 눈이 번쩍 뜨이게 좋은 작품을 만날 기대가 있다. 내 기준에 좋은 작품이 선정권에서 밀려나면 아쉬울 때도 있지만, 어쨌거나 나름 보람있는 일이다.  ------------------------------------------------------------------------------- ​참신한 수필의 미래를 담은 60인 60색의 ‘빛나는 수필들’​2025년 수필문단에서 주목해야 할 빛나는 수필가 60인의 수필 60편을 만날 수 있는 『The 수필 2025 빛나는 수필가 60』이 출간되었다. 『The 수필 2025 빛나는 수..

놀자, 책이랑 2024.12.24

백년의 고독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난 주말에 네플릭스에서 8부작을 봤다. 연속~~ 새벽 3시까지.책으로 읽을 때 엉키던 이름이며, 환상을 따라가지 못하던 내 상상력이 너무 쉽게 풍경으로 펼쳐졌다. 차례를 순차적으로 바꿔서 이해도를 높였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게 아닌데.... 바로 책장에서 오래 전에 읽은 군데군데 접혀진 책을 꺼냈다.영화는 1권의 마지막까지 안 가고 끝을 냈다. 정치적인 메시지만 전한 듯, 뭐. 영화만 두고 본다면 그것도 괜찮다. 모두 읽고 나니, 영화의 다음편이 기대된다. 어려울까? 영화는 19금이지만 2권에는 더 지독한 사랑, 아니 사랑이란 말은 너무 순하게 느껴지는 열정이 난무한다. 파멸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과열.  생소했던 라틴아메리카 문학, 콜롬비아 産 마르케스는 1967 을 발표..

놀자, 책이랑 2024.12.17

푸른 들판을 걷다 / 클레어 키건

북스테이를 한, 동네책방 에서 내가 을 고르니까 대표가 추천한 책이다. 요즘 하는 독서모임의 자료라고 한다. ​클레어 키건의 단편소설 일곱 편이 실렸다.현대적인 배경인데도 아일랜드의 정서가 보인다. 지독한 가부장사회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설화를 바탕한 현실 너머를 바라보는 몽환적 풍경이 그려진다. 여기서도 여자들이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부단히 일어서고, 머물지 않고 떠난다. 이 짧은 소설들도 거슬러 다시 첫장을 어슬렁거리게 된다. 많이 궁글려서 걸러낸 글이다. 비열한 산림관리인이 데려온 개, 리트리버에게서 지혜를 배워야 할 판이다.​에 '강아지는 키운 방식 그대로 개가 된다'는 문장이 나온다. 그 관습을 극복하려는 의지, 아니 그걸 힘으로 작동시키는 의지가 펼쳐진다. ​​* 당신도 맨 처음에는 ..

놀자, 책이랑 2024.12.13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한 세기에 한 명씩만 나오는 작가' 30개국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 작가에 대한 상찬이다.우리나라에서도 초판 20쇄다. 얼마전에 네플릭스에서 키건의 소설 가 영화로 나온 를 봤다. 먹먹한 울림이 오래 남았다. ​소시민이 의식에 눈 뜨는 순간, 의식하지 못하고 살던 가슴 깊은 곳에 눌러두었던 감정이 어떻게 터지는지 차근차근 보여준다. 멀쩡한 겉모습 속에 잔잔히 균열이 시작하는 과정도 촘촘하다.환대받지 못한 출생, 뿌리내릴 수 없는 곳에서 자라야 했던 성장기, 부단히 노력하는 인간으로 자신을 몰아가지만 속에서 뭔가가 자란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역설이다. 개인의 안위를 위해 묵인해야하는 것과 사회의 안위를 위해 밝혀야 하는 것이 있다. 불법과 잔혹을 눈 감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요즘 우리 현실과..

놀자, 책이랑 2024.12.10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한강의 목소리를 들으며 읽으니 가슴에 스며온다.저 조용하고 나직한 음성, 고맙고 믿음직스럽다. 진정성은 힘이 세다.​​​www.youtube.com/live/HYLgq0grgtk[LIVE] 작가 한강의 문학강연 현장..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문학세계를 만나다.스웨덴 스톡홀름에선 매년 12월 열리는 '노벨위크'가 시작됐습니다. 올해 노벨문학상 주인공인 한강 작가의 문학강연 만나보시죠.#한강 #노벨상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노벨문학상www.youtube.com*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 2024-12-8​빛과 실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 열어보니 유년 시절에 쓴 일기장 여남은 권이 담겨 있었다. 표지에 ‘시집’이라는 단어가 연필로 적힌 얇은 중철 제본을 ..

놀자, 책이랑 2024.12.08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 / 송남섭

등단 17년만에 책을 냈다. 등단하고나서 고민에 빠졌다. 문학적이지 않은 자신의 글을 좀 더 문학적으로 쓰고 싶어서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다. 시 공부도 하며 부단히 노력하니 문학에 대한 질문은 다소 해소되었으나 여전히 작품으로 표현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삶이 풍성해지고 충만해졌다고 한다. 그럼, 된거다. '아버지의 시선을 피해 대추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오래 휘어져 있곤 했다.'연로하신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나 표현에는 서툴렀다. 작가가 원하는 문학적 지점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항상 삶이 우위에 있다. 이제 안심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 어려서는 아픈 엄마가 돌아가실까봐 걱정을 안고 살았고, 남편이 군인인데 고성 산불과 파주, 인제의 산사태를 겪었다. 살아가면 순응해야할 일과 극복해야하는 ..

놀자, 책이랑 2024.12.07

꿈꾸는 카멜레온 / 현정원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쓴다. 그 열심이 치열하지 않고 꽁냥꽁냥 여유가 있다. 곁에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듯, 아니 독백이 더 많다. 주변에 고양이와 개, 여린 것들에게 눈길을 주고 밥을 준다. 이웃 사람들에게도 상냥하고 친절하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들이 많이 등장한다. 반가운 시, 그림들도 풍성하다. 시간의 켜를 촘촘히 쪼개서 쓰는 이의 특징이다. 책이랑 잘 노는 내게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책 속의 다른 (저자의) 정체성과 결합하는 경험'이라는 키냐르의 말이 뜨끔하긴 하다. 하지만 요즘은 마냥 끄덕이게 하지 않는 글들이 많다. 내 정체성을 잃어버리 만한 책이 그립다. ​'아코 이런! 내가 다 먹어버렸다. 그 많은 떡을!''아 참, 빼먹었다.'..

놀자, 책이랑 2024.12.07

유리 나기빈 단편집

쉽게 읽혔는데 뒷끝이 있다. 아니, 여운 때문에 자꾸 생각을 궁글리게 된다.인간의 나약함과 우유부단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미진한 확신과 혼란으로마구 흔들리는...유리 나기빈은 1920년 모스크바에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버지 친구와 결혼해서 그의 아들로 입적했다. 그러나 그도 유형을 떠나고 나기빈의 계부가 된 작가 야코프 리카체프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의대에 입학했으나 포기하고 소련 국립영화대학에 재 입학, 1940년 첫 단편을 쓰고 등단한다. 2차 세계대전에 징집되어 전쟁을 치르고 후에 창작에 몰두한다. 1994년 사망시까지 작품을 발표했다. ​​​​* "메아리... 이미 많이 모았어. 유리같이 날카로운 메아리도 있고, 구리 파이프 같은 것도 있고, 세 가지 소리가 나는 것도 있고, 완..

놀자, 책이랑 2024.11.25

브루클린 오후 2시 / 김미경

오랜만에 블친 4인이 수내역에서 만났다. 여전하신 모습들에 안도하며 감사했다. 특히 눈이 점점 어두어지는 해선녀님, 플릇을 배우신다는 데 놀랍다. 더 젊어진 할아버지 와이즈님, 변함없이 멋진 미루님,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지하 그린 카페에서 이야기, 일박을 해야하는 모임인데 이번에는 환할때 헤어졌다. ​미루님이 건네준 책이다. 단숨에 읽었다. 60년생 김미경, 무크지는 오래 전, 나도 정기구독 신청을 했던 잡지다. 여성신문, 페미니스트들의 활약이 시작되던 때다. 부父의 성이 아닌, 부모父母의 성을 함께 쓰는 여성들이 등장했었다. 그때 그 시절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여기서도 용기있는 엄마 '장차현실' 에게 박수보낸다. 1992년 '석사 아내와 고졸 남편'의 결혼이 화제가 되었단다. 그 남편은 뉴..

놀자, 책이랑 2024.11.23

무늬가 되는 시간 / 김주선

김주선, 성별이 구별되지 않는 이런 이름이 나는 좋다. 김주선, 여러 연상이 가능해서 더 좋다. 첫 책을 직접 만들어 대표가 되었다. 새벽마다 '명당경'을 외우는 쉰이 넘은 아버지와 46세 어머니가 큰며느리의 출산에 안방을 내주고 헛간에서 낳은 다. - 엄마, 아버지 마흔에 낳은 늦둥이 나는 깨갱이다. 삶이 어떻게 무늬가 되는가. 작가는 상처와 결핍을 햇볕에 궁글리며 다양한 문양을 만든다. 작가에게 상처와 결핍은 더 이상 아픔이 아니라 재산이다. 결고운 무늬로 자신은물론 독자에게도 위안이 된다. 열심한 삶과 작가의식도 투철하다. 처음 쓴 자신의 글을 100번쯤 읽으며 퇴고를 한다는, 그 말을 민망해 하는 모습도 미덥다. 에필로그에 '독자 감상평과 월평'을 챙겨둔 것이며, 스스로 상복이 많다는 이력에도..

놀자, 책이랑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