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634

점선뎐 / 김점선

오랜만에 점선뎐을 다시 펼쳤다. 2009년 3월 초판 2쇄다. 모서리를 접고 줄친 부분도 있다. 스토리 위주이기때문에 읽으며 생각이 난다. 이 책에 없는 스토리까지 떠오른다. 별난 여자, 아니 여자이기를 거부한 자유인 김점선. 자신있게 자신의 삶을 결정하며, 그야말로 짧고 굵게 살다 갔다. 이때 '자뻑'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다. 이렇게 용감하고 솔직하고 맹렬한 사람은 없다.예전처럼 밑줄을 긋는 대신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었다. 이 치열한 자유혼이 내게 전염되기를.​언니가 가꾼 풍성한 꽃밭의 꽃색깔보다 자신이 가꾼 엉성한 꽃밭의 꽃이 짙은 붉은 색으로 이뻤다. 처음 자부심을 느끼며 기뻐한다. 다섯 살때 기억을 이렇게 풀어낸다. 싹부터 달랐던 김점선이다. ​* 그 후부터..

놀자, 책이랑 2024.08.03

따뜻함을 찾아서 / 왕은철

뜨거운 날에 라니... 실없이 맘이 뜨거워진다. 여름엔 땀을 흘려야 해. 이렇게 세뇌를 하면서 선풍기도 멀리하면서 읽었다. 동아일보에 '스토리와 치유'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을 선별한 글이다. 짧은 글이다. 그럼에도 책이나 음악, 그림, 작가를 데려와 정신차릴 마음을 불러온다.'축복이나 은총처럼, 거리에서 우연히 들은 음악처럼' 작가의 말이 소박하다. 달관에 이른듯. 거듭 읽어야 할 구절이 많다. ​​* "차라리 세익스피어를 못 읽고 괴테를 몰라도 이것은 알아야 한다."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절반쯤 읽다보면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이것'은 사육신의 기개를 일컫는다. ... 그런데 그의 거대담론에는 빠진 것이 있다. 여자들의 고통이다. 세조는 1456년 9월, 단종 복위 사건 주모자들의 집안..

놀자, 책이랑 2024.07.21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 풍경은 그동안 알고 있던 것의 심화 버전이다. 그러나 정신의학 측면을 장착해서인지 참혹한 장면이 객관화되어 있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두 부류로 나뉘는 현상, 죽음 앞에서 인간 존엄성을 지킨 승자의 기록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면 죽음에게로 끌려가고, 담담히 운명을 마주하다 보면 죽음을 넘어선다.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희망을 만들고 퍼트리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킨다. 살아 남은 자의 귀한 말씀에 귀를 세운다. ​ 1984년 판에 부친 서문 - 이 책이 영어판 73쇄에 이르렀다. 19개 언어로 출판되고 영어판 하나가 250만 부나 팔리는 기록을 세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이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이 제목 자체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문제을 다룰 것으로 기대하며 이 책을 선택했..

놀자, 책이랑 2024.07.08

여행의 사고 / 윤여일

이웃 블로그에서 보고 바로 주문했다.맥시코와 과테말라는 내가 가 보지 못한 곳이라 궁금했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생각보다 무겁다. 내용도 무게도. 저자가 여행을 생각하도록 이끈 책이라며 레비스트로스의 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여행이란 게 이런 건가 보다.나를 둘러싼 이 황야를 거니는 일이 아니라내 마음속 황야를 살피는 일이로구나."​오랜만에 를 만나니 반갑다.여행을 싫어한다는 투털거림으로 시작하던 인류학자의 열대 원주민에 대한 보고는 내 머리를 몇 번 쿵, 쳤다. 그 벽돌책을 두 번은 확실히 읽고, 짬짬이 들썩이며 내 글에서도 여러 번 인용했다. ​여행하기 전, 현지의 사정에 대한 정보와 사전 지식이 많은 건 더 깊이 볼 수도 있지만,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전 역사는 스펙타클했..

놀자, 책이랑 2024.07.01

허송세월 / 김훈

김훈의 신간은 '늙기의 즐거움'으로 시작한다. 삐그덕거리는 육신을 고쳐가면서 느끼는 비애보다는 담담함으로, 정신은 여전히 쨍하다. 그럼에도 맵고 날카롭게 말하길 저어하는 느낌이 들었다. 세월이 그런 것이라는 쓸쓸한 자각까지.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차며, 허송세월로 바쁘다신다. 노인, 말년하지만 여전히 시니컬하다. ​​* 내가 좋아하는 술은 위스키다. 위스키의 취기는 논리적이고 명석하다. 위스키를 몇 방울 목구멍으로 넘기면 술은 면도날로 목구멍을 찢듯이 곧장 내려간다. 그 느낌은 전류와 같다. 위스키를 넘기면, 호수에 돌을 던지듯이 그 전류의 잔잔한 여파들이 몸속으로 퍼진다. 몸은 이 전류에 저항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인다. ... 건강을 회복해서 술을 마실 수 있..

놀자, 책이랑 2024.06.28

꽃이 피는 소리 / 한영자

한영자 작가는 6 25 전쟁으로 한글 터득이 늦어졌다고 한다. 국군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던 세대다. 커다란 시련없이 맑은 심성을 유지하며 살아온 듯하다. 안과의사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며 느낀 점과 개업후 만난 환자들 이야기, 특히 어린 환자들을 대하는 모습이 정겹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음악과 그림에도 심취한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그려진다. 꽃이 피면서 내는 소리를 듣는 이의 아름다움이 있다. 복된 삶을 편안하게 바라보았다. ​​* 만나는 분들은 내면에 이미 문학, 음악, 미술 옷을 두르고 있었다. 그들을 만나면서 멘토가 되고 겉옷을 한 벌 씩 내보이기 시작했다. 하얀 마음을 보이면서…. 글, 그림, 노래가 부르는 손짓을 외면하지 않고 내면을 넓혀나갔다. 커진 그릇에 진료의 아픔도 담게 되..

놀자, 책이랑 2024.06.24

초예측 / 유발하라리, 제레드 다이아몬드 외

'초예측'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이렇듯 큰 주제에 석학들의 답은 그리 스펙타클하지 않다. 이 덜렁이는 유발하라리의 신작인줄 알고 주문했다. 끙~~ ​8인의 석학들 중에 아는 사람은 앞의 두 사람뿐이다. 엮은이가 일본인이라서인지 일본의 예가 많이 나온다. 우리 사회가 일본을 답습하고 있으니 새겨둘 일이다. * 이스라엘에서는 전쟁이나 테러에 관한 뉴스를 끊임없이 접하지만, 공식 통계로는 전쟁이나 테러로 죽은 사람과 범죄로 죽은 사람의 수를 합한 것보다 자살자의 수가 많습니다. 게다가 그 수치는 매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지요.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자살자 수는 훨씬 많을지도 모릅니다 ... 지금 인류는 석기 시대에 비해 수천 배 이상의 힘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수천 배만큼 행복해졌을까요? ..

놀자, 책이랑 2024.06.17

책 읽기는 귀찮지만 독서는 해야하는 너에게 / 김경민 • 김비주

제목을 보는 순간 태경, 시경을 생각하면서 주문을 했다. 기대 이상이다. 중3 아들 김비주와 작가인 엄마 김경민이 함께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다. 참으로 바람직한 모습이다.난 바로 할머니 모드가 되어서 그저 홍야홍야~ 칭찬만 하고 싶어졌다. ​엄마와 아들이 서로를 소개하는, 등장인물 소개부터 범상치 않다. 앙증스러운 그림도 재미있다.​글쓰기의 힘에 크게 끄덕인다. 글로 풀어내면 고통이나 상처가 희석된다는 것, 더 나아가 치유되기도 한다. ​* 작가 역시 쉽게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자신에게는 대답이 있지만 일부러 질문을 던지는 선에서 끝냈는지도 모르고. 좋은 문학은 명쾌한 대답이 아니라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하니까. 심윤경 (105쪽)​* 경민​ - 실제로 전쟁 기간에는 자살률이..

놀자, 책이랑 2024.06.14

꽃잎 한 장처럼 / 이해인

깔끔한 하드장전이다. 딸 친구 효영이 한테 선물받은 책이다. 생일책이라고 표지에 써있었다. 고심해서 골랐을 것이다.효영이는 아들 하나인데 집에 티비가 없단다. 사방이 책이고 학원은 태권도만 보내고 둘이 시간을 보낸다. 아들 민재는 '아줌마'가 다 되었다고 한다. 민재가 좀 더 크면 함께 책을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만인가. 수녀님의 일상을 바라보는 일이...그런데 그때 그~ 때랑 느낌이 똑 같다. 책을 읽고 시를 쓰고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비하며 행복해하는 일상. 사랑하며 감사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그대로인데 자주 찾아오는 통증을 견디는 일이 더해졌다. 큰 병에 걸리고 수술도 하고 힘든 시간을 지나오셨다. 이제 노쇠의 길을 걸으면서도 소녀의 웃음을 잃지 않고 계시다. 아름다운 수녀님을 위해 ..

놀자, 책이랑 2024.06.11

세상의 시 / 고은

여전히 시가 터져나오고 있는 고은 시인의 새 시집이다. 관여 선생님이 발문을 쓰고, 보내주셨다. 내게 시를 많이 쓰라고 하신다. 에 발표한 시를 보고 격려해 주신다.선생님은 오래 전 고은 시인께 고마운 일이 많다고 하신다. 나도 고은 시인을 여러번 만났다. 내 연식으로는 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세상의 시' 160편을 만나고 나니, 세상이 콩딱지만하기도 하고 우주같기도 하다. 제목도 없이 번호로 매겨진 '세상의 시'들.시집을 덮으며 가슴이 서늘해졌다.​​​ 다행인가, 날마다 시가 오고 있다. 두서없이 오는 그것이 시가 아닌지 시인지를 굳이 나누지 않는다. 그럴뿐더러 나 자신도 시인 66년 이전의 나로 환원한다. 옛 달빛이 새삼스럽다. .... 처음은 있으나 나중은 모른다. 1권으로 그칠지 몇 십권..

놀자, 책이랑 202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