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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 배상환 아빠가 똥을 피하여 가는 것은 무서워서 그런 것이 결코 아니라고 해도 막내는 자꾸 똥을 치우고 가자고 조른다 읽으며 씨익 웃었는데, 뒷통수가 당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렇듯 자기합리화에 능해지고 게을러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시외삼촌이 오셨다. 어머니의 막내 동생이다. 눈 밑 주름 수술을 해야하는데 좋은 병원을 소개해 달란다. 그리고 우리집에 와서 어른들과 함께 누워있겠다고. 위험한 수술이 아니니 아무 병원이나 가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냥 웃었다. 한참 있다가 우리집에 오셨다. 이모들과 이모부와 함께. 수술하고 반창고 붙인 상태로. 내가 오라고 안해서 그냥 가까운 곳에서 수술을 했다고. 에고........ 좀 찔린다. 예전엔 좀 더 착했던 것 같은데. 내가 힘들..

놀자, 책이랑 2009.06.29

뒤숭숭

정년을 1년 앞 둔 남편에게 에서 2년간 근무할 기회가 왔다. 부모님때문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저녁 식사때 나와 함께 가야한다고 이야기하니, 아버님께선 반색을 하며 가라고 한다. 병원 갈 일 있을 때는 택시를 불러서 가겠노라고. 걱정 말고 가라고 한다. 어머니는.......그럼 그래야지. 영 찜찜하다. 아들한테 말하니까 뛸 듯이 좋아하며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렇게 걱정되면 2년 동안 저희집에서 모시겠다고 한다. 2년인데 뭐. 그러면서 휴양 삼아 다녀오란다. 아버님께 전하니 "신혼부부하고는 같이 안 산다"고 하신다. 바로 다음 날 며느리한테 전화를 했다. 혹시 부부싸움이나 안했을까 궁금했다. 갑자기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자고 했으면. "매일 전화하고, 자주 가서 봐드릴께요. 다녀오세요." 여전히 상냥한..

소설의 매력

재미로 하는 학교에서 단편소설을 쓰는 과제가 있었다. 소설이란 박학다식하고 잡스러워야 한다고, 그리고 현장 취재를 많이 해야한다고 했던가. 무엇이든 읽는 건 즐겁지만 써야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무겁다. 그래, 장학금에 욕심내지 않으면 그만이지. 하고 마음을 비웠는데 토요일 저녁, 주말의 명화를 보고나니 2시가 다 되었다. 숙제를 안 하면 학교에 못 가는 줄 알았던 내 고지식함(?)이 문제다. 일단 썼다. 고개를 드니 밖이 훤해졌다. 우선 소설의 주인공은 익숙한 일인칭 화자로 는 50세의 미혼이다. 공직생활을 했고 10년 전 명예 퇴직을 하고 연금으로 근근히 살아간다. 지금은 성가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늙고 병든 부모님 - 편협한 엄마와 고집불통 아버지를 모시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깔고,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