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뒤숭숭

칠부능선 2009. 6. 26. 09:08

 

 

정년을 1년 앞 둔 남편에게 <나로도 우주센타>에서 2년간 근무할 기회가 왔다.

부모님때문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저녁 식사때 나와 함께 가야한다고 이야기하니, 아버님께선 반색을 하며 가라고 한다.

병원 갈 일 있을 때는 택시를 불러서 가겠노라고. 걱정 말고 가라고 한다.

어머니는.......그럼 그래야지.  영 찜찜하다.

 

아들한테 말하니까 뛸 듯이 좋아하며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렇게 걱정되면 2년 동안 저희집에서 모시겠다고 한다.

2년인데 뭐. 그러면서 휴양 삼아 다녀오란다.

아버님께 전하니 "신혼부부하고는 같이 안 산다"고 하신다.

 

바로 다음 날 며느리한테 전화를 했다.

혹시 부부싸움이나 안했을까 궁금했다. 갑자기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자고 했으면.

"매일 전화하고, 자주 가서 봐드릴께요. 다녀오세요."

여전히 상냥한 목소리다.

 

어제, 결정했단다.

안 가기로. 그렇게 결심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도 편하다고.

자기로 인해 가족이 불편할 일을 생각하니.. 그렇다나. (내참, 그럼 혼자 가면 될 것을. 얼마나 좋아)

이런 아기(?)같은 사람이 어떻게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했는지. 속으로 자꾸 툴툴거려진다.

 

실은, 2년 간의 해방(?)을 생각하며 며칠 밤을 들떠 있었는데....

물 건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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