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저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
며칠 전 김용택시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지렁이 울음 소리가 어찌나 낭낭하던지, 어떤 모임에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 안 믿더랍니다.
평생 기죽을 일 없는 그는 증명해 보일 방법이 없어서 기가 죽어서 돌아왔답니다.
집에 와서 엄니께 지렁이 우는 소리 들었냐니까.
이 이야기를 해 주셨답니다.
'옛날에는 지렁이는 눈이 있고 가재는 눈이 없었대요.
그래서 늘 지렁이가 가재에게 눈이 있으면 얼마나 좋은가 자랑했답니다.
부러운 가재는 지렁이에게 한번만 눈알을 빌려달라고 했대요.
지렁이는 가재가 너무 조르자 딱 한번만 잠깐만 보라고 눈알을 빌려주었대요.
급하게 눈알을 달아본 가재는 너무 좋아서 눈알을 덜렁거리며 단 채로
뒷걸음쳐서 도망쳐버렸대요.
지렁이는 그만 그렇게 눈알을 잃어버리고 너무 분해서 울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요즘도 지렁이는 울고 가재 눈은 덜렁거린대요.'
세상에 지렁이가 250종 가량되는데 150종 정도가 운다고 합니다.
김용택 시인은 엄니가 하는 말을 공책에 받아쓰면 그것이 시가 된답니다.
돌아보니 울 엄니도 참 도사같은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그땐 허투루 들어
지금 요렇게 사네요.
나두 공책에 열심히 받아 적어둘 걸.ㅋㅋㅋ
오늘은 비가 왔으니 지렁이가 밖으로 많이 나왔겠지요.
지렁이 울음소리를 어디가서 들어보나, 궁리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