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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여전히 <여자>

어머니는 여전하시다. 일상이라는 것이 집안에서 지팡이 짚고 살살 걸어다니는 것, 화장실 혼자 가기. 식탁에 나와 식사하는 것, 챙겨놓은 간식 드시는 것, 정도다. 인간이 참 간사한 것이 화장실도 못 갈 때를 생각하면 다 나은 건데. 이젠 스스로 씻지 못하는 것을 문제라 한다. 동서가 왔다. 머리를 자르고 싶다고 하셔서. 동서는 미용기술을 배워서 아이들 어릴때 직접 잘라주었었다. 병원에서부터 세번째다. 병중 생활 6개월이 넘고 보니 염색하던 머리가 은발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염색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갈색으로. 머리를 자른 후에 원하시는 염색을 해 드렸다. 자른 것도 맘에 들고 색깔도 맘에 꼭 드신단다. 그런데 저녁에 퇴근한 어머니의 아들이 야단이다. 염색은 눈에 나쁘고, 80 이 넘었으면 은발이 더 ..

지렁이 울음 소리

지렁이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저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 며칠 전 김용택시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지렁이 울음 소리가 어찌나 낭낭하던지, 어떤 모임에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 안 믿더랍니다. 평생 기죽을 일 없는 그는 증명해 보일 방법이 없어서 기가 죽어서 돌아왔답니다. 집에 와서 엄니께 지렁이 우는 소리 들었냐니까. 이 이야기를 해 주셨답니다. '옛날에는 지렁이는 눈이 있고 가재는 눈이 없었대요. 그래서 늘 지렁이가 가재에게 눈이 있으면 얼마나 좋은가 자랑했답니다. 부러운 가재는 지렁이에게 한번만 눈알을 빌려달라고 했대요. 지렁이는 가재가 너무 조르자 딱 한번만 잠깐만 보라고 눈알을 빌려주었대요. 급하게 눈알을 달아본 가재는 너무 좋아서 눈알을 덜렁거리며 단 채로 뒷걸음쳐서 도망쳐버렸대요. 지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