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저무는 바다을 머리맡에 걸어두고 - 이외수

칠부능선 2006. 12. 10. 10:07


 


연말결산(年末決算)

 

                              - 이외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지나간 날들은 망실되고


사랑한 증거도 남지 않았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자폐증에 빠져 있는 겨울풍경


속으로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리면


시간이 깊어진다


인생은 겨울밤


얼음 밑으로 소리 죽여


흐르는


강물이다 

 

 

 

Teri Jonas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 두고



                                                            - 이 외 수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 감싸 안으며


나지막히


그대 이름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 괜시리 아침부터 가심이 시려지는 시다.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

  참담하지 않은가. 이 生에서 환상을 걷어내는건.

 

 

'놀자, 사람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결같이  (0) 2006.12.11
내가 좋아하는 사막  (0) 2006.12.10
미안하다  (0) 2006.11.10
노스트라다무스 - Maksim Mrvica  (0) 2006.10.31
청춘 ...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  (0) 2006.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