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시 - 발표작

개들의 천국 / 노정숙

칠부능선 2025. 6. 28. 20:43

개들의 천국

노정숙

 

 

프로메테우스가 묶여 있었다는

코카서스 설산을

4륜구동차 끌고 헉헉대며 올라갔더니,

개들이 먼저 와서 뒹굴며

지들끼리 히히덕거리고 있네

 

여기에 프로메테우스가 묶여 있었다고?

독수리가 간을 뜯었다고?

아유, 그딴 얘기 아직도 믿는 애 있어?

 

이 산이 해발 5천이 넘는다며

호들갑 떠는 저 사람들 좀 봐

아유, 흐들갑 떨 일이 따로 있지, 저게 뭐야

 

굴곡진 능선 굽이에

프로메테우스 얼굴이 보인다나

두 손 모으고 머리 조아리는 꼴이라니

진짜, 별꼴 다 본다니까

 

그냥 어디든 어슬렁대다

눕고 싶음 눕고

자고 싶음 자는 거지

나 원 참,

 

그놈의 불 안 받아서 얼마나 다행이야

불 따위가 무슨 필요가 있어

이 세상은 어차피 힘센 놈이 지배하는

개들의 천국 아닌가

 

난 몰라

모른다니까

 

넌 알아?

 

컹컹

컹컹

 

 

 

 

 

작업 노트 :

나라 안팎이 개들의 천국이다. 도덕과 정의는 유물이 되었고 개들은 부른 배를 더 불리는 일에 혈안이 되었다. 힘의 논리 앞에서 무력한 인간 세상에 공정과 상식도 뭉개지고 있다. 개는 개의 자리로 인간은 인간답게, 인간성을 회복한 다정한 세상을 그린다.

<문학의 오늘> 2025 (통권54권)

 

'수필. 시 - 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성자 외 1편 / 노정숙  (3) 2025.05.29
천사의 눈물 / 노정숙  (0) 2025.05.26
천년 고독  (0) 2025.03.12
89세, 고운 손  (3) 2024.12.11
뒷것 김민기를 애도함  (0) 2024.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