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자] [오후 2:19] 숙아~언니가 만두하고 전거리 준비했어, 조금씩 나눠먹자,
넌 글써~난 전부칠께 (크크)
80세 언니가 토욜 밤에 보낸 문자다.
일욜, 언니네 가서 종일 전을 부쳤다. 먼먼 시절 주변인들이 다 등장하는 이야기를 풀면서.
어쩜 형부는 손 하나 까딱하시질 않는다. 아, 커피는 타 주셨다.
80대 남자 어른에게 집안일은 금기에 속하는 것 같다. 70대 우리집 남자 어른도 마찬가지다.
재료 하나하나 갖은 정성을 들인 언니표 전,
내가 부친 건 처음이다. 이제까지 앉아서 얻어다 먹기만 했는데... 나름 뿌듯하다.
깻잎전과 만두는 어제 언니가 해 놓았다.
푸짐하게 얻어왔다.
아직 이렇게 음식 만드는 걸 즐기는 건 몸도 정신도 건강한 거다.
내가 먹고 싶은것, 나누고 싶은 마음을 실행에 옮기는 것, 언제까지 가능할까.
오래 전 박진서 선생님이 만두를 만들어서 후배들 나눠주고 불러서 먹인다는 이야기를 들을 적 있다.
그 짱짱하고 멋진 선생님은 한참 전부터 병원생활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다음 블로그가 없어지면서 건너다 볼 수도 없게 되었다.
혼자 바라만 보면서 평안을 빌었는데, 지금은 어찌 지내실까 뜬금없이 언니의 만두를 보니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