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믿었던 사람 / 이덕규

칠부능선 2022. 3. 13. 19:54

믿었던 사람
이덕규

 

 

믿었던 사람 속에서 갑자기 사나운 개 한 마리가 튀어나와 나에게 달려들었다

 

개는 쓰러진 나를 향해 한참을 으르렁거리다가 어두운 골목 안쪽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믿었던 사람이 달려와

나를 일으켜 세우며 괜찮으냐고 물었다

 

조금 전 당신 속에서 뛰쳐나왔던 그 개는 어디로 갔느냐고 되묻자

믿었던 사람은

가슴을 열고 더 무서운 개 한 마리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 개 말이오?

 

나는 결국 사람에게 지는 사람이다 나는 늘

사람에게 지면서도 그 흔한 위로의 반려견 한 마리 키우지 못하는 것은

오래전 내 안에 키우더 자성의 

개 비린내 나는 송곳니에게 호되게 물렸기 때문이다

 

견성한 개는 주인을 물어 죽이기도 한다

 

내가 키웠던 개들은 매번

주인을 물어뜯는 개로 자라서 나는 나에게도 지는 그런 슬픈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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