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 필사 +

라다크 체험기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칠부능선 2021. 3. 9. 13:50

라다크 체험기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드물게 있는 나무들 - 살구나무, 버드나무, 포플러 - 은 혹심한 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땔감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나무들은 조심스럽게 보살펴지고, 그 목재는 건축이나 악기, 도구들을 위해서만 사용된다. 땔감으로는 짐승의 마른 똥이 이용되고 인분은 거름으로 이용된다. 집집마다 퇴비 변소가 있고 모든 쓰레기는 재순환된다. 

 라다크에 도착한 직후 나는 어느 냇물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내가 막 더러운 옷을 물 속에 던져 넣으려 할 때 일곱 살 밖에 안 되어 보이는 조그만 여자아이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 소녀는 부끄러움을 타면서 "거기서 옷을 빨면 안 돼요. 아랫마을에서 그 물을 마셔야 해요"라고 말했다. 소녀는 적어도 일 마일이나 아래로 떨어져 있는 한 마을을 가리켰다. "저기 있는 저 물을 이용하세요. 저것은 그냥 밭으로 들어가는 물이거든요."

 나는 라다크 사람들이 그처럼 험난한 환경에서 어떻게 하여 생존해 가고 있는지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또한 '검소'라는 낱말의 의미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양에서는 '검소'라고 하면 늙은 아주머니와 자물쇠가 잠궈진 광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라다크에서 보는 검소함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번영을 누리고 사는 데 근원이 된다. 제한된 자원을 주의깊게 이용한다는 것은 인색함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검소함은 적은 것에서 많은 것을 얻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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