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미숙아 잘가

칠부능선 2021. 1. 22. 20:33

믿음과 봉사로 한 생을 마친 내 선한 친구,
미숙아
미안하다. 
이젠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구나. 
부디 아픔과 고통 없는 세상에서 영원 복락을 누리길 빌게. 
순결하고 귀한 영혼을 너의 하느님께서 품어 주시리라 믿어.
미숙아... 안녕,
그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나도 나머지 시간을 잘 살아볼게. 
미숙아,
잘 살아냈어. 
가볍고 기쁘게 떠나는거지. 
미숙아~~~

 

 

중딩 친구 미숙이가 하늘나라로 갔다. 폐암인데 응급실에 입원해서 17일만에 폐렴으로 떠났다. 

장기기증을 했는데, 쓸만한 건 눈 뿐이란다. 안구기증을 했다. 

오래 당뇨와 심장병을 앓았다. 모두 가족력이다. 

공직을 퇴직하고 내내 봉사활동을 했다. 엄마의 마지막 5년도 함께 지켜드렸다. 

거동이 힘든 신부님이 오셔서 미사를 올려주셨다.

 

독신으로 생을 마감하니 언니, 오빠 동생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5남매 모두 내 형제인 듯 가깝게 지냈는데. 너무도 오랜만에 미숙이가 떠나는 자리에서 만났다. 

어쩌나... 이 난감한 이별,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리 빨리 올줄은 몰랐다.

이렇게 우린 내일 일을 모르고 사는 거다. 

친구는 6개월 전, 폐암 3기를 선고받고도 담담했다. 

말수가 적은 친구는 조용히 준비를 한 느낌이 든다.  

 

하늘 문을 연, 첫 친구다.

우리 마음처럼 하늘이 내내 울고 있다. 

 

실은 실감이 안 난다.

슬쩍 웃는 얼굴로 연락도 없이 나타날 것 같다. 늘 그랬듯이. 

 

 

 

                                           떠나는 길에 외롭지 말라고 지금 만나고 있는 중딩친구 이름을 다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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