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시 - 발표작

시인회의를 말하다

칠부능선 2019. 3. 21. 19:02

 

노정숙 시 3편

 

광장이 본 것

노정숙

 

 

긴 머리칼 출렁이며 그녀가 지나가면

늙고 젊은 남자들은 넋놓고 쳐다본다

통통 튀는 발걸음

모든 여자들은 눈흘기며 바라본다

 

오래 전 시라쿠사 광장에서

아르키메데스의 적은 로마군이었지만

지금, 여자들의 적은

관능유발자 그녀다

 

유레카를 외치던

아르키메데스는 반사경으로

로마군 함대를 불태웠는데

나른한 한낮

그녀를 훔쳐보던 사내 녀석들은

확대경으로 죄 없는 개미를 불태운다

 

아름다운 그녀는

머리를 잘리고 돌팔매를 맞고

옷이 찢긴다

로마병사의 창에 찔려

실없이 죽은 아르키메데스처럼

관능은 그녀의 죄다

 

발견

 

마스크를 쓰고보니

내 숨이 이리도 뜨거웠구나

내 결이 네게 닿지 못하고

속에서 웅얼대니

노상 가슴이 저몄구나

 

 

 

 

 

 

 

결혼의 비애

 

신부는 신랑이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신부는 아직 콩깍지를 쓰고있군요

신랑은 신부가 천사라고 생각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신랑도 아직 환상에 빠져있군요

하긴 두 사람 다 결혼이 처음이죠

실없는 농담에 이어

신랑신부에게 처방전을 내린다

신부, 내 말을 복창하세요.

남자는 모자란 사람이다

신랑, 복창하세요.

여자는 아픈 사람이다

내가 30년을 살고서야 터득한 것을

단방에 알려주는

주례를 만나 한참 웃었다

 

 

 

 

 

 

 

 

 

 

 

 

 

 

 

 

 

 

 

 

 

 

 

- <문학사계> 2019.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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