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섬>

칠부능선 2018. 2. 27. 01:16

 여행준비 3

 

 빅토리아 히슬롭의 <섬>은 크레타 섬  북쪽 바다에 있는 스피나롱가 섬을 배경으로 여자 4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도에 작은 점으로 표시되는 스피나롱가 섬은 1903년 부터 1957년까지 실제 나병환자의 요양소였다.

플라카 마을에서 수영을 해서 건널 수 있는 거리의 유배지, 섬에 아내와 딸을 실어보내야 했던 선량하고 속깊은 한 남자의 생애.

그의 두 딸 안나와 마리아의 상반된 성격,

이기적인 욕망덩어리 매혹의 안나는 아름다움을 무기로 신분 상승을 한다. 

맑은 얼굴을 떠오르게 하는 이타심이 많은 마리아의 깊은 아름다움은 무르익고 익어 늦게서야 빛이 난다.  

인간이 제 얼굴을 만드는 과정, 사랑에 몸을 던지는 태도를 통해 그의 후반부 생이 짐작가는대로 펼쳐진다. 벗어날 수 없는 '천성'에 대한 생각을 했다.

이 소설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크레타 섬 점령과 레지스탕스 운동을 바탕으로 한 서사도 흥미롭다.

크레타 섬 사람들의 도전정신, 투쟁성, 자유혼.. 크레타 섬 출신 작가 카잔차키스에 대한 자부심도 자연스럽게 내비친다

스피나롱가 섬에 가까이 갈 수 있을까 기대된다.


소설의 576쪽 마지막 구절이다. 역사를 통해 바라보는 현재와 미래를 떠올린다.

 

“너의 엄마의 이야기는 바로 외할머니의 이야기이고,

또 외증조할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역시나 외할머니의 동생인 이모할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지.

그분들의 삶은 서로 뒤엉켰어. 그리스 사람들이 말하는 숙명이란 게 바로 그런 뜻일 게야.  그리스에서는 무릇 운명이란 것을 별자리가 아니라,

주로 조상님들, 육친들이 정한다고 해, 아주 먼 옛날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할 때, 우리들은 항상 운명이란 말을 입에 올리잖아,

하지만 그것이 '제어불가능'만을 뜻하지는 않지. 물론 뜻밖의 일이란 청천벽력처럼 느닷없이 터져 우리들 삶의 궤적을 뒤바꾸지만,

우리들의 일생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행동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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