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산 책과 받은 책

칠부능선 2017. 5. 2. 16:57

 

정기구독하는 잡지와 그냥 오는 잡지,

그냥 오는 신간 수필집이 쌓여있어도 또 나는 책을 산다.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짓이니 놀이다.

 

 

*건너간다 / 이인휘

 

이인휘, <페허를 보다>를 처음 대하며 괜시리 미안하고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다.

노동 현장에서 몸으로 쓴 소설의 연속이다. 소설이라고 했지만 수필에 가깝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 소설적 요소를 밝히는 게 더 그렇다.

내가 아는 작가, 정도상, 박남준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이름 한 자를 바꿨지만 누군지 다 하는 시인도 등장한다.

칭찬은 바로 하고, 비판은 에둘러서 하는 센스렸다.

하태산이라는 이름으로 정태춘의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로 시작해서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 무대에서 같은 노래로 끝난다.

 

노동현장의 땀과 눈물이 흥건하다. 작가는 그들에게 불의와 부당함에 맞서는 의지를 일깨운다.

현장소설, 내게서는 멀리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현실로 다가온다.

이만하면 소설의 성공이 아닌가. 이 책을 많이 팔아줘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니까.

 

 

 

*프론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 / 양방언

 

점잖기로 첫째가는 친구가 양방언에게 빠졌다고 한다.

그의 공연을 보고서 가슴이 뛰었단다. 펜클럽에도 가입하고 지방의 공연에도 가봤다고 한다.

이 나이에 새롭게 가슴이 뛴다는 건 대단한 축복이다.

이 친구는 젊어서부터 꽃 선생이다. 지금도 화원을 가지고 있고 분재, 야생화를 키우고 강의도 한다.

꽃을 다루는 게 노동이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취미를 가질 생각을 안 했다.

나도 몇 년 전에 양방언의 뮤직비디오 한편을 보고 뻑, 갔다. 씨디를 사서 차에 넣고 다니며 자주 듣는다.

크로스오버 음악이 감겨들어왔다. 바람과 사막과 벌판의 느낌이 가슴 뛰게 하긴 했다.

 

그의 출생과 음악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재일한국인으로 제주출신의 아버지와 신의주 출신의 어머니, 북한 국적으로 일본에서 생활하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한국 국적으로 바꿨다.

의사 집안의 막내아들로 의사면허를 가졌지만 그것을 버리고 음악을 택했다.

그의 시련은 자잘하며 그는 행운으로 이어진 풍성한 음악 인생 편력이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반듯한 성품의 예술가, 맑은 기운이 보기 좋게 얼굴에 번져있다.  

친구한테 선물하려고 산 거니 그냥 읽어내려갔다.

 

 

 

 

 

 서로 상관도 없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수목원에서 본 나무가 생각난다.

한 나무의 두 생, 척박한 환경에 죽어가는 한 쪽과 푸르게 살아 생을 잡고 있는 이 나무.

 

인간은 선택할 수 없는 출생에서부터 불평등이 시작된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천성을 넘어설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어쩌다 기적과도 같은 불굴의 의지로 환경을 뛰어넘은 인간이 있지만, 나는 그들을 우러르지는 않는다.

그저 크나큰 연민으로 바라본다.

 

 

 

 

 

      이 두 권은 후배한테 선물받은 책이다.

 

* 시시미미 / 추선희

 

시시하고 미미한 느낌의 일상이라고 말하지만, 깨알 재미가 있다.

시큰둥한 표정의 민얼굴, 작은 체구지만 강한 느낌도 있다.

4,6kg의 파란무기, 베이스를 치는 모습을 그려보니 사랑스럽기도 하다.

'대구분이시군요'를 '대부분이 시군요' 라고 자신의 희망대로 오독했다는 부분에서 빵, 터진다.

매일 먼지와.. 게으른듯 살면서 자신의 확실한 색깔이 은근하게 튄다.

 

 

 

*은어 / 김여하

 

이번 수필의 날에 두 번째 만난 작가의 책이다.

어찌보면 기인이고 어찌보면 천재다.

솔직한 남자, 눈치보지 않고 이쁜 여자에게 관심을 드러낸다.

그 많은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누구도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난, 그가 솔직한 남성성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순수한 면도 있고, 나름 발언하는 말들이 비상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하는 눈치다. 가까이서 자주 본다면 그럴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글은 괜찮다.

좋은 글을 출판사가 살리지 못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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