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발자국마다의 기쁨

칠부능선 2014. 6. 16. 22:33

 

금련화 선배님이 산티아고를 41일간 다녀와서 쓴 책이다.

현대수필에 온지가 8년이 되었다고 하는데 나랑 개인적으로 눈인사만 한 사이다.

언제나 뒷자리에 조용히 앉았다가 가는 분이다. 있는듯 없는 듯 슬몃 미소만 짓고 있는,

나이가 70세라는 것이 놀라웠다. 작년,그러니까 69세에 혼자서 다녀온 기록이다. 경의를 보낸다.

편집에 아쉬움이 있다.

 

 

 

아, 이렇게 천천히 걸으면 나도 갈 수 있지않을까.

배낭은 하루에 7유로를 주면 저녁에 도착할 알베르게로 가져다 주는 택배를 이용하고.

가끔씩 잘못 가서 돌아서 더 걷기도 하고, 또 걷기 불가능할 때는 택시도 타고, 찻길을 만나면 버스도 타고.

배낭이 다른 알베르게로 가 있어서 겪는 일이 많다.

가벼운 몸으로 다니는 값은 톡톡히 치르지만 괴로움만은 아니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을 천사로 느끼는 마음이 전해온다.

빵과 커피, 맥주, 과일등 가벼운 식사로 버틸수 있고,

순례길이 평화롭다. 외로움마저도 여유로워보인다.

작고 연약한 몸으로 홀로 걷는 모습을 떠올려도 안쓰럽지가 않은 건 뭘까.

신앙으로 무장한 강건한 마음때문일까. 쉼없이 자기 반성을 하는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유년부터의 인연들을 꿈에서 선명하게 만나며 사랑과 용서를 떠올린다.

홀로 걷는 순례길, 발자국마다 기쁨이 그대로 전해온다.

 

선배님께 맥주 한잔 대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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