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속 시끄러운 날

칠부능선 2007. 11. 29. 19:30

 

괜스레

막걸리가 생각난다.

언젠가 관악산 중턱쯤 오르다 비 맞고 내려와 포장마차에서 마신 막걸리.

 

 

취하시오 / 샤를 보들레르

 

항상 취해있어야  한다.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그대의 허리를 땅으로 굽히게 하는

무서운 시간의 중압을 느끼지 않게 하는 유일한 과제다.

쉬지 않고 취해야 한다. 

무엇으로 취하냐고? 술, 시, 혹은 도덕, 당신의 취향에 따라.

하여간 취하라. 

그리하여 당신이 때로 고궁의 계단이나 도랑의 푸른잔디 위에서 또는

당신 방의 삭막한 고독 속에서 취기가 이미 줄었든가 아주 가버린 상태에서

깨어난다면 물으시오.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벽시계에게, 달아나는 모든것에 물으시오.

지금 몇시냐고.

그러면 바람은, 별은, 새는, 벽시계는 대답하리라.

"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당신이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시오.

쉬지 않고 취하시오.

술로,

시로,

또는 도덕으로, 당신의 취향에 따라."

 

 

* 내 취향이 무엇인가.

  일단 도덕은 가위표 하고,

  그런데 시는 아직 내게 올 생각을 안 하고 있는 듯.

  짝사랑이 깊어만 가는데....

  ....

  술은 후하기도 하지.

  생각만으로 벌써 취기를 주네. 횡설수설을 보니...

 

 

 

jasinski


이 그림을 보니 '천국의 아이들'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달리기에서 3등을 해 운동화를 타야하는데,

그만 1등을 하는 바람에

심란한 얼굴로 마당에서 발 담그고 있던 녀석의 모습이.

꼬질근한 발을 물고기들이 쪽쪽 입맞추던...

 

저 옆에 술병은 아니겠지.

어쩌면 저 물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듯도 하고.

 

 




Matt Pond PA - Several Arrows Later

'놀자, 사람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0) 2007.12.22
돌아온 친구  (0) 2007.12.12
하루  (0) 2007.11.18
좋은 일  (0) 2007.10.09
눈물  (0) 2007.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