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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발 / 황인숙

간발 황인숙 앞자리에 흘린 지갑을 싣고 막 떠나간 택시 오늘따라 지갑이 두둑도 했지 애가 타네, 애가 타 당첨 번호에서 하나씩 많거나 적은 내 로또의 숫자들 간발의 차이 중요하여라 시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간발의 차이 간발의 차이로 말이 많아지고, 할 말이 없어지고 떠올렸던 시상이 간발 차이로 날아가고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치고 길을 놓치고 날짜를 놓치고 사람을 놓치고 간발의 차이로 슬픔을 놓치고 슬픔을 표할 타이밍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네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 뺨을 푸들거리며 놓친 건 죄다 간발의 차이인 것 같지 누군가 써버린 지 오랜 탐스런 비유도 간발로 놓친 것 같지 간발의 차이에 놓치기만 했을까 잡기도 했겠지, 생기기도 했겠지 간발의 차이로 내 목숨 태어나고 숱한 간발 차이로 지금 내가 이러고 있..

시 - 필사 2021.09.08

번개, 블친

오랜만에 미루님이 판교 능라도에서 번개를 쳤다. 분당맨과 셋이 만나 늦은 점심을 먹고, 백현동 카피방아에서 차를 마시고.... 오랜만에 회포를 풀다. 블친들과는 1박을 해야 이야기가 풀리는데, 오늘은 맛만 보는 걸로. 비오는 날 3인의 짧은 데이트, 블친도 10년 인연이 되었다. 모두 페북으로 이사가고 나만 굳세게 블로그를 지키고 있다. 예전 그대로.... 이곳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셋이 세 권의 인연 닿은 책을 주고 받았다.

퍽토기, 호사하다

상자포장 꽃다발은 처음 받아본다. 나름 굿아이디어 일욜 점심에 아들이 모시고 싶은 식당이라며 청담동으로 초대를 했다. 축하세리머리를 한다나... 오매락 퍽토기라고 나무망치로 토기를 깨면 술병이 나온다. 퍽, 깨면 즐거움이 나오고, 기록을 깨다, 고정관념을 깨다, 징크스를 깨다... 등의 뜻이 있는 세러머니란다. 고창산이며 무려 40도다. 요즘은 이렇게 즐거움을 만들며 노는구나, 생각이 든다. 언더락에 꽉찬 동그란 얼음도 신기하고 한 잔에 바로 기별이 온다. 여러가지 복요리와 함께 포식을 하고 .... 아들이 대리기사를 불러줘서 집에 왔다. 모처럼 알딸딸~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토기 제거 작업이 만만치 않다. 참 못생긴 복어, 그래, 꼴보다 맛이다. 福을 준다네. 감각있고 튼실해 보이는 젊은 사장, 2층..

엘리스 달튼 브라운 - 빛이 머무는 자리

http://www.myartmuseum.kr/ 마이아트뮤지엄 www.myartmuseum.kr 친구 자임이 어제 톡을 보냈다. "언제 엘리스 달튼 전시보러 갈래?" 오늘 아침 벌떡 일어나 9시 30분 출발~~ 걸어서 이매역까지, 역에서 친구와 접선, 둘이 단촐하게 고고~~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그림, 극사실의 붓터치, 빛과 그림자에 깊이 빠진다. 최근작인 여름 그림이 놀랍다. 습작과 대작이 나란히 있는데 습작마저도 습작이 아니다. 섬세한 손길에 멀미가 날 정도다. 작가소개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1939년 미국 동부 펜실베니아 댄빌에서 태어나, 뉴욕 주 이타카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구름이 많이 끼는 이타카의 느지막이 뜨는 햇빛과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그림자는 작가의 큰 예술적 영감이 되었다. 가정을 꾸..

그림 동네 2021.09.03

두 어머니 / 노정숙

두 어머니 노정숙 꿈결에도 안 오시는 어머니를 생각한다. 떠난 지 20년이 넘은 엄마는 내 꿈에 한 번도 오시지 않았다. 3년 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왜 엄마는 셋째 오빠와 조카며느리 꿈에 다녀가시면서 나만 외면하는 걸까. 어머니도 큰아들에게는 가끔 다녀가신다는데 내겐 안 오신다. 어머니는 나를 마지막까지 알아보셨는데…. 엄마에게도 어머니께도 할 일을 다 해서 아쉬운 게 없다고 여긴 게 괘씸하신 걸까. 한 시간 거리에 살면서도 엄마한테는 날짜를 정해놓고 한 달에 한 번 찾아뵈었다. 가끔 전화를 하면 ‘반보기’는 되었다며 고맙다고 했다. 84세 엄마는 기력은 쇠했으나 맑은 정신이었다. 그러다 하루도 앓지 않고 잠자듯 혼수상태 사흘 만에 돌아가셨다. 새천년을 엄마 장례식장에서 보냈다. 변화무쌍..

2021 문학나눔 도서 선정

내 마중물이자 죽비인, 권 동지가 두고 갔다. 별거 아니라면 아니지만, 치열한 경쟁을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다. 어쨌거나 운이 좋았다. 모두에게 감사한다. 부문 36권에서 아는 수필가가 4명이라니... 많이 아쉽다. "우리 남편이 변했어요" 아침 일찍 슬그머니 나가서 사다놓았다. 에 이어 두 번째 선정되어 기쁘다. 8년 전에는 각각 책에 선정평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이 없나보다. 나눔 책 권 수도 줄어든 듯하다. https://www.arko.or.kr/content/popup/2021/pup_2021_210830_2-1.jsp 2021년도 2차 문학나눔 선정도서 www.arko.or.kr 2021년도 2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수필 분야에는 총 262종의 도서가 접수되었다. 수필 1분과에서는 사전에..

단풍객잔 / 김명리

37년 시력詩歷의 김명리 시인이 그동안 써놓은 산문을 모았다. '적막이 대들보이고 풀과 꽃과 나무가 서까래인 산골집에서 겨울 고라니에게는 풋것을, 청설모와 다람쥐와 새들에게는 알곡을, 길고양이들에게는 잠자리와 사료와 비린 것을 내어주며 산다.' 이 산골에서 생명은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 산골뿐 아니라 9장의 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디서건 작고 여린 생명들의 이름을 부르며 인간과 같은 위치에 둔다. 카트만두, 포카라, 페와호수, 마차푸차레, 파슈파티나트 사원 ... 2006년, 내가 걸었던 곳을 그리며 가슴이 울렁거렸다. 2부 죽음을 맞는 과정이 극진하여 삶의 누추를 벗는다. 모든 생명에 대한 연민이 연민으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모습에 경애심이 든다. 단정한 매무새가 그려지는 맑은 영혼의 시..

놀자, 책이랑 2021.08.31

작은 완성을 향한 고백 / 이면우

작은 완성을 향한 고백 이면우 술, 담배를 끊고 세상이 확 넓어졌다 그만큼 내가 작아진 게다 다른 세상과 통하는 쪽문을 닫고 눈에 띄게 하루가 길어졌다 이게 바로 고독의 힘일게다 함께 껄껄대던 날들도 좋았다 그 때는 섞이지 못하던 뒤꼭지가 가려웠다 그러니 애초에 나는 훌륭한 사람으로는 글러먹은 거다 생활이 단순해지니 슬픔이 찾아왔다 내 어깨를 툭 치고 빙긋이 웃는다 그렇다 슬픔의 힘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제는 내가 꼭 해야 할 일만을 하기로 했다 노동과 목욕, 가끔 설겆이, 우는 애 얼르기, 좋은 책 읽기, 쓰레기 적게 만들기, 사는 속도 줄이기, 작은 적선, 지금 나는 유산상속을 받은 듯 장래가 넉넉하다 그래서 나는 점점 작아져도 괜찮다 여름 황혼 하루살이보다 더 작아져도 괜찮다 그리..

시 - 필사 202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