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經은 언제 오는가 / 송찬호 나비經은 언제 오는가 송찬호 인가와 저잣거리를 헤매며 나는 묻는다 살 만한 땅은 어디를 가야 하는가 어두운 경전의 숲을 더듬으며 나는 또 묻는다 아름다운 문자의 땅, 산경은 어디인가 詩의 家系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저리 천진난만하건만 너덜거리는 구두經의 삐죽 나온 발가락을 .. 시 - 필사 2013.01.14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하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 시 - 필사 2013.01.04
속수무책 / 김경후 속수무책 김경후 내 인생의 단 한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 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혀도 진흙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 시 - 필사 2012.11.24
겨울 사랑 / 박노해 겨울 사랑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오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ㄴ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 시 - 필사 2012.11.15
손에 대한 예의 / 정호승 손에 대한 예의 정호승 가장 먼저 어머니의 손에 입을 맞출 것 하늘 나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 것 일 년에 한번쯤은 흰 눈송이를두 손에 고이 받들 것 들녘에 어리는 봄의 햇살은 손 안에 살며시 쥐어볼 것 손바닥으로 풀잎의 뺨은 절대 때리지 말 것 장미의 목을 꺾지 말고 때로는 장기가.. 시 - 필사 2012.11.15
강가에서 / 고정희 강가에서 고정희 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히 내 생을 가로질러 흐르는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쪽 뚝 떼어 가거라, 가거라 실어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그 위에 남서풍이 입맞춤하는 모습 .. 시 - 필사 2012.11.15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 박종인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박종인 미술관이 하품할 때 나는 슬쩍 입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림이 열차처럼 한 량 열 량 늘어서 있습니다 증거물을 찾으려고 차창 안팎에 돋보기를 들이댑니다 나는 그림을 읽고 있습니다. 바퀴들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마네의 요리<풀밭 위의 식사>가 도.. 시 - 필사 2012.10.21
삐뚤어질 테다 / 장이엽 삐뚤어질 테다 장이엽 나는 늘 한쪽으로 기울여져 있었다. 한 때는 오줌싸개여서 한 때는 아버지가 목수여서 한 때는 키가 작아서 자만할 수 없었다. 한 때는 초라한 내 행색에 주눅이 들고 한 때는 마른 얼굴의 광대뼈 때문에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돌리기도 했었다. 좋은 것 아홉 가지를.. 시 - 필사 2012.10.21
타클라마칸 / 박영석 타클라마칸 박영석 타클라마칸 하고 중얼거려 보라 문득 가슴이 먹먹해지고 입 안 가득 모래가 버석거리리라 문득 모래언덕이 생기고 무덤이 생기고 한 사막이 펼쳐지지라 흔적만 남은 강이 흐르고 흔적만 남은 바다가 출렁거리고 뼈만 남은 낙타가 죽은 나무뿌리가 나이를 알 수 없는 .. 시 - 필사 2012.10.21
집들의 감정 / 마경덕 집들의 감정 마경덕 이제 아파트도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푸르지오, 미소지움, 백년가약, 꿈에 그린, 이 편한 세상… 집들은 감정을 결정하고 입주자를 부른다 생각이 많은 아파트는 난해한 감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타워팰리스, 롯데캐슬베네치아, 미켈란, 쉐르빌, 아크로타워… 집들은 .. 시 - 필사 2012.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