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7

<문학축전> 제7회

올해의 모든 문학 행사가 비대면으로 치뤄지고 있다. 오늘 서현 문화의집에서 제7회 문학축전 녹화가 있었다. 김경주 시인과 점심도 먹고, 구효서 소설가도 만나고, 싱어송라이터 손병휘씨가 내 시를 노래로 만든 공연도 보고 재미있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수고한 사람들과 한 잔 하는 건 마스크 벗을 수 있는 날로 미루고... 김경주 시인이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을 최고의 책으로 꼽는다. 시를 읽고 난 후 침묵의 세례를 받는 게 최상이라고. 말을 잃고 먹먹해지는 거? 김경주 시인은 45세, 초딩1,3 아빠란다. 물론 아내도 있단다. 잘 했다고. 바로 엄마 맘이 된다. 그동안 여행한 시간이 9년이란다. 이제 기운도 딸리고, 여행 갈증은 없다고. 내가 읽은 김경주의 첫 책은 - 여름 고비에서 겨울 시베리아까지. 내 ..

초설

선이 멋진 백화등 잎이 다 져서 친구 화원에 데려다 주었다. 화원은 꽃들의 병원이다. 친구가 백화등 초설이라는 분을 가져가서 보라고 한다. 지금 한창 이쁠 때 봐주라고... . 예전 같으면 손사래를 쳤을 텐데 냉큼 받아왔다. 동백과 남천이 잘 자라는 데 자신감을 얻었나 보다. 난 사실 꽃보다 나무가 좋다. 낙엽도 지고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나는, 계절을 몸으로 고스란히 드러내는 나무, 사철 푸른 나무는 대견하고 듬직하다. 잠깐 환장하게 이쁜 꽃, 그래 꽃도 예쁘긴 하지. 부끄러운 곳을 두려워하지 않고 홀라당 내보이는 그 치열함 앞에 누가 눈길을 뺏기지 않고 배기겠는가. 만물이 다 어여쁘면서도 측은한, 이 마음은 뭔지. 초설, 꽃보다 이쁜 이파리 - 이름도 야리하네 허브가 멀대처럼 자란다고 하니 바짝 잘라..

만남

혜민씨네가 차병원 진료를 왔다가 우리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갔다.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내가 밥을 해 준거다. 뿌듯~~ 부부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시반에서 혜민씨와 영옥씨는 남편을 처음 봤을 때 '형부'라 부르며 살갑게 대했다. 남편은 멋쩍으면서 좋아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영옥씨는 유일한 대녀가 되었고, 아이들 결혼식과 부모님 장례식을 함께 보았으니... 각별한 인연이 되었다. 열미리 집이 팔리지 않은 상태에서, 둔내에 키즈펜션을 인수해서 두 달 영업을 했는데 바쁜 중에도 즐겁다고 하니 다행이다. 휘리릭 갈 수 있는 산골집?이 늘었다. 작년에 집에 있던 화분을 모두 전원에 사는 혜민씨네로 보냈었다. 시원하고 좋다고 했는데 화분이 몇몇 생겼다. 베란다에서 잘 자라고 있는 남천에 ..

생일밥

그제가 며늘 생일이었다. 오늘 오겠다고 해서 집밥을 했다. 나가서 먹자고 했지만... 올해는 내 생일도 아들집에서 차려주지 않았는가. 채식을 하는 아들 며늘을 위해 전복미역국과 조기구이, 셀러드, 새우버섯 볶음으로, 순성이가 준 파김치와 총각김치. 은자가 키운 부추에 루꼴라. 지난번 담은 깻잎김치, 풋고추 양파 장아찌. 안팎으로 친구들 덕이 많다. 모두 가벼운 음식이니 몽땅 비웠다. 흐믓~~ 아들이 씨디를 컴에 걸어주고 갔다. 아들 며늘과 책과 영화 이야기하는 게 참 좋다. '나의 아저씨'를 이제야 봤다면서 재밌다고 보란다. 그거 내가 추천한 드라마였는데... 며늘은 '던 월'을 추천하고, 암벽등반 도전에 대한 영화다. 아들 며늘이 가고 바로 영화에 몰입, 남태평양의 고도, 신비한 섬에서 일어난 인간들의..

부자되었네

지난 주 김농부의 생일에 맞춰 여주 농장에 다녀왔다. 올해 처음이다. 신발에 흙 묻는 것이 싫다는 냄편 땜시.... ㅠㅠ 그간 두어번 오이, 가지, 풋고추, 옥수수, 자주 등 이쁜 애들을 앉아서 얻어먹었다.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물러버린 것이 많단다. 그래도 푸르른... 과실나무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다. 수확시기며, 당도, 구입년도들이 꼼꼼히 적혔다. 복숭아는 제철이고 사과는 아직 맛이 덜 들었다. 자두도 품종에 따라서 끝난 것도 있고, 늦자두는 아직 시다. 앙증스러운 애기사과, 맛이 제법 들었다. 복숭아는 섹시해 김농부 부부는 농장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우리도 덩달아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참으로 답답했다. 아직 덜 익은 피자두를 따서 한 입 ~~ 핏빛 새콤한 맛 부~~..

다시, 집밥시대로

지난주는 두 번 집밥을 했다. 화욜 - SDU 후배 3인, 임, 조, 윤주씨, 나혼자 허물없다 생각하고 연잎밥과 해물전, 셀러드로. 와인 병반을 비웠다. 글에 대한 열정이 남은 사람과 멀어진 사람의 생각들이 조금씩 어긋하기도 했다. 돌아보니 요즘은 거의 글을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과 노는 게 많다. 세째오빠와 장조카네 식구4인, 청첩장이 나오고 결혼식에 대해 의논하겠다고 왔다. 장보지 않고 차린 밥상이다. 아, 토욜 오전에 김농부가 복숭아며, 자두, 오이. 깻잎, 가지를 가져와서 상에 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걱정을 하지 않고, 손님초대에 대해 이야기 했다. 편하게 손님이 오고갈 수 있게 되어야 할텐데... 300명 지불확정했다는데, 결혼식 손님 50명으로 제한한다니... 한 달 후, 환해지기를. 곤..

손편지에 감동하다

강릉에 사는 최현숙 작가의 책을 받고, 답례로 내 책 을 보냈더니, 이렇게 그림까지 그린 손편지가 왔다. 손편지 써 본지 까마득한데.... 나는 읽은 소감을 메일로 간단히 띡, 보냈는데.... 좀 부끄럽다. 이런 감성을 놓지 않고 살아야 한다. 내가 너무 게으르고 삭막해진 느낌이 든다. 반성 모드~~~ 완전 바른생활 표본 같은 최현숙 작가, 안동에 사는 동명이인 최선생님도 뜬금없이 떠오른다. 가까이 하지 않았어도 '어른다움'을 느끼게 하는 겸손한 우아함이 있다. 소박함과 우아함을 넘나드는 묘한 매력과 예의와 절제를 떠올리게도 하는... 모두 안녕하시길 빈다.

어머니, 어머니

비오는 일요일, 문득 일어나 어머니, 아버님 계신 곳을 다녀왔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한데, 아버님은 아직도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과 앞으로 살아낼 모습이 어찌 다르겠는가. 나도 내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까봐 두렵긴 하다. 이렇게 철없이 둥둥 떠서 사는 걸 당당하게 생각하니 말이다. 내게 브레이크 거는 사람이 없으니 더욱 자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중보다 자애가 많은 걸 나도 안다. 이런~~ 뻔뻔함이라니. 그러면서도 아버님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것도 모순이기는 하다. 아버님, 어머니 그곳에서는 사이좋게 지내세요. 아니, 그곳에는 새로운 독립된 삶을 사시는 것도 좋고요. 정말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까, 이 생이 끝이 아닐까. 이 생의 업이 이어질까. 제주에서 신부님 강론에 ..

생일 - 3인

3일 지난 아들 생일, 당일 사위 생일, 담주 오빠생일이다. 오빠는 음력이니 몇 년만에 가까이 만난다. 오랜만에 딸네집에서 세 사람의 생일을 구실로 모였다. 5인이 와인1병과 소주 6병을 비웠다. 며늘과 나는 운전 담당이라 건배만 하고... 태경이 시경인 코로나19 시작하고 확~ 찐자가 되었다. 날아다니던 시경이도 묵직해졌다. 서로 푸짐하게 선물을 주고 받고... 덩달아 나도 선물 많이 받고. 몇 해만에 오빠까지 함께 해서 뿌듯한 하루, 모두 모두 고맙다. 회를 시키고, 매운탕 끓고 단호박스프, 미역국, 아스파라거스 베이컨말이, 육전, 취나물밥을 했다. 모두 맛나게 비웠다. 사위는 딸에게 모든 걸 다 잘한다고 칭찬하다. 아들과 며늘도 서로 칭찬하다. 별거 아닌 걸 서로 추켜세우는 게 웃기기까지 한다.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