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4

설 채비

[노경자] [오후 2:19] 숙아~언니가 만두하고 전거리 준비했어, 조금씩 나눠먹자, 넌 글써~난 전부칠께 (크크) ​ ​ 80세 언니가 토욜 밤에 보낸 문자다. 일욜, 언니네 가서 종일 전을 부쳤다. 먼먼 시절 주변인들이 다 등장하는 이야기를 풀면서. 어쩜 형부는 손 하나 까딱하시질 않는다. 아, 커피는 타 주셨다. 80대 남자 어른에게 집안일은 금기에 속하는 것 같다. 70대 우리집 남자 어른도 마찬가지다. ​ 재료 하나하나 갖은 정성을 들인 언니표 전, 내가 부친 건 처음이다. 이제까지 앉아서 얻어다 먹기만 했는데... 나름 뿌듯하다. ​ ​ 깻잎전과 만두는 어제 언니가 해 놓았다. 푸짐하게 얻어왔다. ​ 아직 이렇게 음식 만드는 걸 즐기는 건 몸도 정신도 건강한 거다. 내가 먹고 싶은것, 나누고 ..

오우가 - 첫모임

다섯 명이 모여 샤브샤브로 점심을 먹고 율동공원 입구 망캄에 갔다. 중앙에 놓인 큰 어항에 상어 한 마리 유유자적 홀로 잘 논다. 오늘 앉은 자리에서는 창으로 더 잘 보인다. 야성을 버리고, 고향을 버리고~ 새로운 몸으로 애완의 도구가 된 상어. 상상과 묵상을 가져와 그의 심정을 헤아려본다. ​ ​ ​ ​ ​ ​ 친구의 흰머리를 보며 내 남은 시간을 생각해 본다. '아직'과 '벌써' 사이 마음의 준비는 단단할수록 좋다. ​ ​

가족 송년모임

12/ 31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였다. 승진네가 연안부두에서 가서 방어회를 어마무지 많이 떠와서 .... 결국 남았다. 저녁을 먹고 수수백년만에 노래방을 갔다. 며늘과 노래방 가는 건 처음이다. 이 조합으로 노래방도 처음이다. 연님이 제일 잘 논다. 춤도 이쁘게 추고~ 노래도 곧 잘 한다. 가끔 이런 시간 갖는 것도 좋겠다. ​ 부부 대항하듯 승진에 부부 노래~ 기적 - 아들, 며늘은 친구 결혼식에서 듀엣으로 축가도 불렀다고 한다. ​ 집에서 하루종일 노래를 불러낸다는 시경이~~ 랩을 잘 한다. 연님이 잘 맞춰준다. 태경이는 아주 얌전하게 노래를 부른다. 시경 노래 ​ ​ ​ 노래방을 나오니 옆에 스티커 사진 찍는 곳이 있다. 이게 코스라나~~ 한참 웃었다. ​ ​ ​

정숙이네 월드컵

뒤늦게 받은 친구 가족여행 소식이다. 친구네는 지난번 러시아 때도 가족이 출동하고, 다른 때도 딸들이 개최지에 가서 응원을 했다. 아빠가 딸들 어릴때부터 축구장을 데리고 다닌 결과이기도 하다. 친구 말이 "16강 보내고 왔네." 이 열렬함에 내 가슴까지 벅차오른다. 중3때 짝궁 홍정숙은 30번, 나는 31번이었다. 출석 부를때 이름만 부르던 선생님이 정숙아, 정숙아, 이러면 친구들이 막 웃었다. 착하고 낙천적인 친구다. 이번 여행이 특별한 건 남편이 암 투병중이라는 거다. 스위스, 두바이, 카타르... 등을 한 달간 가족여행을 하고 와서 며칠 전에 뇌에 '감마나이프' 수술을 했다고 한다. 사람 좋은 석운덕 님의 쾌유를 빈다. 아빠가 산을 좋아한다고 스위스 마테호른까지. 호텔에서 바라보게 하고....

이브의 결혼식

영옥씨 아들 결혼식이 24일 1시 30분이다. 수서라서 친구와 나는 좋았는데, 오 선생님은 서대문에서 2시간 30분 걸려서 오셨다. 또 반가운 시인회의 님들을 거의 만났다. 주례 없이 양가 아버지가 인사말을 하고, 신랑 엄마가 쓴 축시를 강빛나 시인이 낭독했다. 코로나가 무색하게 사람이 많았다. ​ ​ 안 시인이 찍은 사진이다. ​ ​ ​ ​ ​ ​ ​ ​ 피로연에서 "웅희군과 잘 살아보겠다"는 신부 말에 웃음 빵~~. 여유만만 신부가 보기 좋았다. 잘 살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얼른 적응해야한다. ㅋㅋ ​ ​ ​ 파파라치 컷 ​

<The수필 2023 빛나는 수필가 60> 출판기념회

23일 12시 인사동 옥정에서 5주년을 맞은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코로나로 2년 동안 못 만나고 세 번째 대면 축하모임이다. 글로 만 알던 작가들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누었다. 반가운 분들을 많이 만났다. 5년간 변함없이 좋은 수필에 투자한 북인 대표 조현석 시인에게 감사한다. 깊이 절하고 싶은 시간이다. ​ 2차 한옥찻집에서의 관여 선생님이 '뺀질댄다'라는 말을 하셔서 충격 먹었다. '철수회' 가입을 사양해서 하시는 말씀이다. 더 공부해서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수필가여 피로 써라'는 말씀을 거듭 새긴다. 대전에서 온 강표성 샘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에서 헤어졌다. 강샘은 오래전, 나를 온라인 세상으로 이끈 인연이 있다. ​ ​ ​ 엄현옥 샘이 명찰 만들고 일찍와서 정리하고 사진도 찍..

월하오작 송년 모임

22일 5시에 갯마을에서 6인이 모였다. 최샘은 감기로 못 오고, 여행 대장님과 유 샘이 함께 했다. 식사를 거의 다 했을때, "내가 밥 사는 거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으니 많이들 먹어요. 술도 많이 마시고요." 대장님의 4개 암투병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가볍게 나눌 수 있는 건 대단한 내공이다. 병원에서 남은 시간을 6개월에서 1년을 본다고 했단다. 코로나 전에 간암 발병시 3개월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남은 시간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난 생각한다. 신앙으로 무장한 선생님은 맑은 얼굴로 담담히 남은 시간에 대해 말한다. 1월 초에 나오는 결과에 따라서 차후 거처에 대한 계획도 다 있다. 일찌기 나도 호기롭게 "네~~ 언제든 나설게요" 했지만 말이다. 누구나 맞을 죽음이지만 이렇게 바짝 예고를 받는건 ..

분당수필 송년회

21일 수요일, 만강홍에서 분당수필문학회 송년회를 했다. 동인지를 안 내니 분당수필 출신작가들을 초대하지 않고 조촐하게 수업하는 분들만 시간을 보냈다. 허전하긴 했다. 2분 스피치로 생활이 지혜를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 한 말씀씩 해서 좋았다. 실용성 있는 지혜도 전하고, 여행에 대한 팁, 마음을 다잡는 지혜도 나눴다. ​ ​ ​ ​ ​ 식사 후에 '마루'에 모여 2차로 다과를 하며 회포와 수다~~ ​ ​ ​ ​ 그때, 몇 년만에 오래 전 수필반 동지인 갑순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장 만나자고 하니 마루로 왔다. 세상에나~~ 반가워라. 예전 모습 그대로다. 아니, 코로나 시대에 화장을 안한 민얼굴이 맑고 어여쁘다. 많은 정을 나누던 한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 ​ 기업정신이 좋아서 갑순씨가 그린..

네잎클로버 초토화

다음씨에게 선물받은 네잎클로버가 무성해서 두 친구에게 분양을 했었다. 그리고 내 화분이 비실비실해져서 친구가 잘 키워서 무성한 모습으로 또 내게 왔다. ​ ​ ​ 베란다에 밖으로 내 놓은 네잎클로버 잎을 새가 와서 몽땅 먹어치웠다. 남편이 새가 어찌나 잘 먹는지 좋은 구경을 했다고 한다. 땅콩새라나 ~~ 그가 붙여준 이름이다. 이런~~~ 찬바람 나고 먹이가 없어서 그랬나. 연한 잎이 맛나서 그랬나... 내참 ​

수능 날 / 번개

​ 매일 놀기만 하는 아저씨, 임택 대장이 페북에 올린 글이다. 어느 수능 학부모가 부탁해서 쓴 글이란다. '하는 일이 즐거우면 놀이고, 하는 일이 힘들면 노동이다.' 빡세게 읽고, 힘들게 쓰면서 놀이라고 우기는 게 나다. 이런 통하는 맥락때문에 마을버스 여행이 즐거운가보다. ​ 아들, 딸 수능 날에도 나는 고3 엄마 아닌 척 내 할일을 그대로 했다. 학교 앞에 부모들이 서 있다. 그때 난 내가 저렇게 학교 앞에 서 있으면 아이들이 맘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 ​ ​ ​ 수필반 번개모임으로 6인이 수레실가든에 갔다. 김 샘의 초대다. 그 근처에 작업실에서 놀던 때가 울컥 그립다. 신나게 읽으며 놀던 그 때가. 15년 전에도 있었다는 이곳을 나는 처음 온다. ​ ​ ​ ​ ​ ​ ​ 돌판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