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4

빼박 당뇨

2년마다 하는 정기검진에서 재검 통보가 왔다. 당뇨 의심이라며 공복에 오라고. 채혈을 하고 의사 앞에 앉으니 젊고 이쁜 여자 의사의 첫마디가 "빼박 당뇨" 라고 한다. 당화혈색소는 5가 정상이고 6이 의심, 경계며, 7이면 당뇨란다. 그런데 난 7.6이란다. 가족력이 떠올랐다. 10년 위인 세째 오빠가 당뇨다. 아직 잘 살고 있다. 난 늦게 알았으니 다행이다. 더 늦게 알아도 좋은 건데... 맛난 것을 너무 많이 먹고 있다는 각성, 운동도 슬렁슬렁이 아닌, 빡세게 해야한다는 경고다. 난 이제 당뇨와 함께 가는 거다. 너무 친하지 않도록. 약간 경계하면서 ​ ​ 점심에 자임네랑 한옥에서 갈비와 냉면을 먹고, 바로 옆에 찻집에서 담소. 남자들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많이 웃었다. 아직도 '집사람' 말만 잘 듣..

대견한 일, 소소한 일

오늘은 일하는 날이다. 열무김치와 깎두기를 담았다. 토욜 승진네가 온다니 들려보내고 싶어서... 엄마노릇 이 정도는 해야하는데, 너무 날라리로 지낸다. ​ 어젯밤, 요한성당 독서모임에서 젊은이 넷과 같은 조가 되어 토론한 효과인지도 모르겠다. ,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데 젊은 그녀들은 이 성스러운 부부가 아이키우며 쓰는 말과 행동에 눈길이 많이 갔다. 나는 병고와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았는데... 인간은 모두 자기 중심, 자기 기준에서 보고 생각한다. 어쨌건 어여쁘다. 그 밤시간에 50명이 넘게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얼마나 이쁜 일인가. 신부님이 예상한 인원은 10명 정도라고 했다. 난 순전히 친구가 새 신부님을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갔지만. 한 달에 한 권 읽고 이야기 하는 건, 읽..

귀한 시간

수필반 5인의 만남, 코로나 폭격으로 정상 생활이 어려운 최 샘을 위한 자리다. 산소호흡기를 지니고 생활하고 있다. 나는 개포동으로 픽업을 가서도 얼른 그 호흡기를 들어드리는 것을 몰랐다. 누군가 옆에서 기계를 들어줘야 한단다. 오랜만에 뵌 얼굴은 예전보다 좋다. 숨쉬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든단다. 그래서 예전보다 많이 먹어야 한다. 예전보다 잘 드셔서 좋았다. 스스로 숨을 쉬는, 이 당연한 일이 얼마나 고마운지... 생각치도 못했던 각성을 잠시 하고. ​ ​ 셀러드 두 가지에 양장피, 누룽지탕을 했는데... 고급 식당 맛보다 낫다. 화이트 와인과, 커피, 케잌, 과일... 많이도 먹었다. 쥔장의 솜씨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 ​ ​ ​ ​ ​ 시저셀러드 레시피를 물으니... 에고~~ ㅋㅋ 1인의 정성과 ..

꽃다발은 언제나

뜰안채2에서 4인이 만났다. 지난 모임에 대한 내 답례다. 수 년 만에 만난 혜영님은 페북에서 소식을 듣고 있어서 한결 가깝게 느껴진다. 다정한 산옥님은 집에서 담은 매실원액을 준다. 지난 번에 콩자반을 받았다. ㅋ 정림씨는 픽업을 해주고. 밥 먹고 차 마시고, 알맹이 있는 이야기들, 쓰는 일의 고통과 기대에 대해, 장편을 쓰고 퇴고 중이라는 혜영씨는 치열하다. 천 단위 상금을 이미 받았고, 이제 7천 단위 상금에 도전한다. 좋은 수확이 있기를 빈다. '쓴다, 고로 존재한다' 나도 조금은 더 뜨거워지기를. ​ ​ 혜영씨가 내게 꽃다발을 안겼다. 이런... 황송함 꽃다발은 살짝 설레게 한다. ​ ​ ​ ​ ​ ​ ​

축하, 현대수필문학상

지난주 금요일, 에세이문학의 시상식이 있었다. 금욜 수업과 식사를 부랴부랴 마치고 나왔다. 우리집에서 월하오작 4명이 만나 내 차로 이태원으로 출동, 밀리는 시간이라 뒷길로 마구마구 돌려서 시상식장에는 널널히 도착했다. ​ 몇 년만에 간 행사장에서는 아는 얼굴들을 많이 만났다. 오~ 랜만에 만나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 ​ ​ 우리의 주인공 권현옥 샘의 남편과 앉은 동지들이 월하오작이다. ​ ​ ​ 북인의 조현석 대표는 부지런도 하시다. 축하 화환도 보내고, 집에 당도하기도 전 페북에 이렇게 올려놓았다. 내가 상을 받은 듯, 반갑고 고맙다. ​ ​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pfbid042d5HzPvYAvtgxwm4hQepTYp2ETpdUipf..

3월, 금요일

3월 금요일 강의 네 번을 부탁받았다. 분주했던 금요일 아침을 한가롭게 지내니 이 한가로움이 더 고맙게 느껴진다. 지난 주에 끝난 구미행정복지센터의 '문학산책' 강의는 내게도 많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최연소가 75세인 그룹이어서 매우 조심스러웠다. 모두 삶의 스승님이 아닌가. ​ 그러나 첫 강의를 끝내고 기우라는 걸 알았다. 그동안 많은 문학강의를 섭렵했고, 지금도 여러 곳에서 공부를 하고 계시는 분이 많다. 여전히 책을 읽고, 읽은 책에 대해서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펜데믹 동안에 두 분은 토지 20권을 읽고 토론을 했다고 한다. 절로 신이 나서 나도 많은 말을 하게 되었다. 계획에 없던 이야기까지 그냥 나왔다. ​ 첫 주에는 편집회의가 있어서 부지런히 오고 ​ 두 번째 시간에는 엘리베이터에서 오래 전에..

축하, ~

비시간성에 의한 그림자 시학 - 권영옥 평론집 ​ 제목만 봐도 어렵다. 공부로 찬찬히 읽어야 한다.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영옥씨는 내 유일한 대녀다. 신심 깊고 묵묵히 할 일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부끄럽다. 난 여전히 날라리 대모다. 그래도 견진 대모인 다음씨가 있어서 다행이다. 날개 없는 천사인 다음씨 덕분에 무고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 얼마나 염치없는지... 그저 고맙다. 시모임 초기 동지 4인이 모였다. ​창밖의 풍경이 근사한, 산수화에서 점심을 먹고 ~ 정신없이 먹느라 사진도 못 찍었다. 사람이 많으면 괜히 서두르게 된다. 애영씨가 밥을 사고, 다음씨는 2만5천냥이나 하는 열무김치를 사줬다. 막무가네로. 이그~~~ ​ ​ ​ ​ 한가로운 우리집에서 타타임. 다음씨가 가져온 ..

핑크핑크 봄기운

2월 마지막날, 윤희가 월차를 내고 왔다. '올가정원'까지 슬렁슬렁 걸었다. 봉골레와 피자 한 판을 둘이 다 먹었다. 오랜만에 과식이다. 난 집에까지 못 담고 중간에 화장실을 들렀다. 다시 옛날 상태로 돌아간 것인지... 몸무게가 대책없이 느니 반가운 일이긴 하다. 윤희는 연신 쑥과 냉이를 발견하고 환호한다. 내 눈에 띄지도 않았는데 앉아서... 자세히 보니 쏭쏭 올라오고 있다. 집에 와서 네플릭스에서 를 다시 봤다. 윤정희를 바라보니 가슴이 시리다. 시를 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왜 내가 부끄러운지... 맞아, 맞아 저런 분위기, 웃기지. 이런 말이 무방비로 나왔다. ​ 덕분에 눈 호사, 입 호사를 하고 11311보를 거뜬히 걷고, 하루 잘 놀았다. ​ ​ ​ ​ ​ ​ ​ ​ 윤희가 가져온 히아..

<단순한 열정> 영화클럽

일요일, 5시에 시네큐브에서 5인이 만났다. 6시 30분 관람. 아니 에르노 원작에 충실하긴 했지만, 예술화가 덜 된 듯. 불필요한 노출은 기대감을 무너뜨린다. 남자 주인공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의 문신한 몸, 여자 주인공의 평범한 몸, 몸과 몸의 열정이 단순하게 끝난다. 깊은 상처, 혹은 흔적, 기억을 남기겠지만... 욕망하는 몸은 이성을 앞선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에 새겨진 기억도 시간을 이기지는 못한다. ​ 모처럼 광화문의 밤 바람을 맞으며 카페에서 뒷담화까지. '영화클럽'이라는 5인 톡방이 추가되었다. 설레는 시네큐브 모임이 될 듯하다. ​ 하루에 두 탕, 꽉차게 잘 놀았다. ​ ​

다시, 설

오랜만에 설다운 설을 보냈다. 아버님 어머니 가시고 그동안 설렁설렁 지냈는데 작년에 캐나다 시누이네가 오고 자주 만나니 설도 우리집에서 지냈다. 바쁜 아들네는 당일 가고, 딸네는 1박, 사위와 밤늦도록 왕수다와 대취. ​ 24일에는 친정조카들이 14명 왔다. 세 명의 가솔이 모두 출동... 번개로 잘 치뤘다. 조카들이 돌아간 후, 언니네 가서 저녁 먹고 오니 연휴를 꽉차게 보냈다. ​ ​ ​ ​ 동백이 꼭 다문 입을 살짝 열었다. ​ ​ 가고스 앵초가 활짝 웃기 시작했다. 얘는 오래오래 웃을 것이다. ​ ​ 큰 오빠 아들 둘과 둘째 오빠 아들의 식솔 모두 모였다. 장조카 아들 딸이 결혼도 하고... 난 고모할머니다. 조카들이 잘 지내니 참 보기 좋다. ​ ​ ​ ​ 언니네서 먹은 저녁, 오늘 제대로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