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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아들이 '재미있다'며 두고 간 책이다. 끝부분에 95세인 사람이 썼다는 인용시를 아빠한테 읽어주기까지 하면서. 이런 간 큰 제목을 단 사람이 누군가 했더니 김정운이다. 약간 고수머리에 교복같은 옷을 입은, 좀 작은 키에 구엽게 생긴 사람이다. 절반은 들었던 이야기지만, 연신 피식거리게 만들었다. 인용이 틀린 부분도 있지만, 단숨에 읽혀지는 재미는 있다. 챕터 사이에 사진도 그럴듯하다. 독일에서 찍은 건데 시선이 좋다. '감탄은 인간만의 욕구다. 식욕, 성욕은 인간의 욕구가 아니다. 개나 소나 가지고 있는 동물적 욕구다. - 아기는 "엄마의 감탄'을 먹고 자란다.' 지금 딱 꽂히는 대목이다. 어찌 아기들만 감탄을 먹고 자라는가. 인간은 모두 감탄을 원한다. 좀 큰 사람들 ..

놀자, 책이랑 2009.12.07

인권분만

딸이 어제 새벽 2시반에 나를 깨워서 3시에 병원 도착, 3시 25분에 분만을 했다. 그야말로 순산이다. 아기가 세상에 나와서 바로 엄마 가슴 위에 뉘인다. 엄마의 심장소리를 듣게 한다. 탯줄을 아빠가 자르게 하는데, 사위가 일주일 대기하고 있다가 일본으로 간 다음날이라서 내가 그 역할을 했다. 탯줄을 자르고 양수와 같은 온도의 물에 담근다. 가능한 한 흐린 조명에 은은한 음악이 흐른다. 다시 엄마 가슴 위에서 아기는 눈도 뜨고 젖을 문다. 한참 있다가 따뜻한 강보에 싸여 목욕을 하러 간다. 태아의 인권을 배려하는 분만의 방법이란다. 태아부터 한 인간으로 취급하는 우리의 사고와 맞는 발상이다. 예전에는 아기를 낳으면 거꾸로 발을 잡고 엉덩이를 때려서 울음소리를 들었다. 이것이 막 세상에 나온 생명에게 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