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인권분만

칠부능선 2009. 11. 27. 19:53

 

 

딸이 어제 새벽 2시반에 나를 깨워서 3시에 병원 도착, 3시 25분에 분만을 했다.

그야말로 순산이다.

아기가 세상에 나와서 바로 엄마 가슴 위에 뉘인다. 엄마의 심장소리를 듣게 한다.

탯줄을 아빠가 자르게 하는데, 사위가 일주일 대기하고 있다가 일본으로 간 다음날이라서 내가 그 역할을 했다. 탯줄을 자르고 양수와 같은 온도의 물에 담근다. 가능한 한 흐린 조명에 은은한 음악이 흐른다.

다시 엄마 가슴 위에서 아기는 눈도 뜨고 젖을 문다.

한참 있다가  따뜻한 강보에 싸여 목욕을 하러 간다.

태아의 인권을 배려하는 분만의 방법이란다.

태아부터 한  인간으로 취급하는 우리의 사고와 맞는 발상이다.

예전에는 아기를 낳으면 거꾸로 발을 잡고 엉덩이를 때려서 울음소리를 들었다.

이것이 막 세상에 나온 생명에게 엄청난 폭력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참 좋은 세상이다.

 

첫 외손자는 엄청 고생하며 세상에 나왔다.

6개월에 한국으로, 8개월에 친할머니가 있는 카나다로, 그곳에서 9개월에 다시 미국으로.

무리하게(?) 자연분만을 하다가 태변이 아기의 폐에 들어가서 비상사태를 맞았었다.

이 녀석은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일찍부터 체험했다.

 

딸은 딸을 원했지만, 아들만 둘이다. 아쉬움은 아쉬운대로.

모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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