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결혼식이 끝나고 후배가 낙엽 밟으러 가자한다.
후배가 자주 오는 곳이라고 한다.
자작나무가 구차하게 서있다. 북구에서 숲으로 보던 나무라서 이렇게 몇 그루 서 있는 것을 보면
영 안쓰럽다. 저 벗은 몸도 추워보이고.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무덤의 모습이다. 아무런 치장 없는,
저 둥근 선이 엄마의 젖무덤 같다. 그 위에 살픈 얹힌 단풍이 그만이다.
올려다본 단풍은 가을내를 물씬 풍긴다.
아주 좋은 자리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묘지 앞에 붙여진 팻말이다.
자손이 외국으로 갔거나...
관리가 되지 않은 호화분묘(?) 앞에서 많은 생각이 오고간다.
나는 내게 침 뱉을 무덤은 남기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난 이미 갈 자리가 정해 있으니까.
무덤을 둘러싼 잔디 뒤로 늘푸른나무가 생경스럽다.
제각각의 색으로 제나름의 생을 사는 무리들,
파리에서는 묘지가 있는 동네가 집값이 더 비싸다고 한다.
개성있게 꾸민 묘지 사잇길을 산책하는 게 좋았다.
생몰 연대와 생전 사진이나 조각을 보며 상상력을 발동하기도 했다.
두꺼운 책을 읽는 듯한 감흥이랄까.
죽음이 먼곳의 두려움이 아닌, 생과 이웃해 어우러드는 느낌이었다.
우리 집 가까이게도 이렇게 공원묘지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나도 후배처럼 이곳을 놀이터로 만들어 볼까.
빨리 친해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