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가 늘어서 절간 같던 집이 정신없이 북적인다.
일본에서 외손주와 딸이 와 있으니 4대가 한지붕 아래 있다.
아버님 말씀에 의하면 "우리 아이들은 외할머니가 다 키워줬다."
친정에서 늦둥이인 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 우리 엄마는 오직 우리 아이들 한테 전력투구하셨다.
조카들은 이미 다 크고, 엄마가 돌봐줘야 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 어릴 때 오셔서 봐주거나,
일주일 정도씩 데려가서 봐주셨다.
그러나 지금 내게는 달린 식구가 너무 많다.
시답잖은 글도 써야하고, 가끔씩 딴짓거리도 해야 숨통이 트이고,
아직은 흥미로운 공부도 해야 하고.
어쩔수 없는 날라리 할머니가 되겠지만... 하는데까지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십삼 개월 된 이 녀석,
아직 말 문도 안 열린 이 천사는 내 속을 다 아는 것 같다.
가끔 '영감짓'을 하면서 내게 부족한 氣를 넣어주는 것을 보면.
새로운 생활 시작.
태경이 데리고 탄천 산책을 한다. 하루 한시간 정도,
내가 못 나가면 냄편이 데리고 나간다. (지 엄마 쉬라고)
두리번거리며 싱글벙글 신이 났다.
할머니답게 (ㅋㅋ) 손주 데리고 친구 작업실에 놀러갔다.
친구는 물뿌리는 호스로 태경이를 즐겁게 해주고,
지 엄마가 작업실 둘러보며 노는 동안에 잠깐 자기도 하고 ...
여름내내 먹은 상추와 고추를 뽑고 그 자리에 무와 배추를 심어놓았다.
무 이파리를 들려주니 이것도 새로워 한참 가지고 논다.
새로운 건 모두 좋은 장난감이다.
키 큰 글라디올러스가 있던 자리에 마삭줄을 심었다.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이 제법 이쁘다.
꽃보다 더 고운 단풍이 들 것이다.